[기본소득vs기회소득下] 기회소득, 몰아주기 될라…기본소득 앞서려면

2024.05.07 20:00:00 1면

여기저기 골라주기, 선별? 보편?…애매모호 정체성
재정 부담에 사실상 선별, 행정력 오히려 낭비되나
구체적 성과 지표 부재…한시성 고려한 전략 필요
‘사회적 가치 창출’ 증명시 정체성·성과 고민 해결
전문가 “공익적 가치 정의로 예산 투입 타당성↑”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민생회복 방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오랜 역점사업인 기본소득 성격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시한 반면 정부·여당은 기본소득을 고물가 원인으로 지목,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보편과 선별 사이의 제한적 보편 정책인 기회소득 시리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신문은 각 정책들의 득실을 두 편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尹, 李 기본소득에 ‘인플레이션’ 제동…‘민생 살리기’ 동상이몽

②선별도 보편도 아쉬운 金, 기회소득 확대…성과 증명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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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이재명 전 지사 역점사업인 농민기본소득을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제한된 보편적 지원 정책인 기회소득 시리즈로 통합, 이르면 오는 10월 농어민기회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기간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으로 지난해 장애인기회소득, 예술인기회소득을 시작으로 여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농어민, 체육인, 아동돌봄, 기후행동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인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정계층을 지원한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게 됐다.

 

퍼주기식 기본소득의 재정 부담을 지적하며 특정계층만 지원하도록 설계한 이후 지원 분야를 급작스럽게 늘리면서 정책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다.

 

재정 부담에도 선별이 아닌 보편에 뿌리를 두는 것은 현재 김 지사가 사회통합을 중요한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몰아주기식 복지를 지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시절 소득하위 90%의 0~5세 아동에게 선별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추진했다가 계층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여론의 따끔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행정력으로 재정력 메우기?…‘양자택일’ 대상자 걸러내기

 

다만 아동수당 지급 범위가 0~5세 아동 전체로 확대된 계기는 사회통합보다 지급 대상자 선별에 행정·재정이 더 들어 100% 지급 시 재정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잃은 데 기인했다.

 

기회소득도 표면적으로는 보편 정책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장애인·예술인·체육인 경제력을 심사하는 등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행정력이 요구된다.

 

지난 2일 농어민기회소득 대토론회에서는 대상자 선정 시 친환경농업을 해도 경영체 미등록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임차농을 고려해달라는 세밀한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아동돌봄기회소득의 경우 자격 요건 등 심사 절차를 거치려면 더 많은 행정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아동돌봄기회소득은 주민 500여 명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마을공동체 100개소에 월 30시간 이상 공동육아, 보육 등 활동 시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소득기준 제한은 없지만 아이를 공동육아하기에 적합한 공동체인지 확인하려면 보다 꼼꼼한 자격 검증과 정당한 지급을 위한 활동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보편·선별 보완, ‘사회적 가치 창출’ 공익 목표 증명부터

 

또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보상이라는 정책 목표를 확실히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개소당 5명의 구성원들이 1명씩 돌아가면서 6시간씩 활동하는 방식인지, 모든 시간에 공동체 전원 돌봄활동이 의무인지 등 아동돌봄기회소득 세부사항은 다음 달 공고될 예정이다.

 

만약 후자라면 시급 6700원꼴로, 돌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지난해 시행된 장애인기회소득, 예술인기회소득도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내지 못해 시행 초기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과 비교되는 실정이다.

 

장애인기회소득은 체육활동으로 의료비, 돌봄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줄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보지만 활동량 증가 사례들이 실제 장애인의료비 지원 예산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예술인기회소득도 정책 효과 분석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도는 한시성이 특징인 기회소득이 상대적으로 단기간 안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를 지표로 증명할 수만 있다면 이 대표의 기본소득과 비교되는 입지를 극복하고 나아가 더 나은 정책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선별 정책, 이 대표의 보편 정책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할 수 있고 효과가 확실한 만큼 부작용도 확실한 기본소득을 보완하는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영 전북대 교수는 “참여자수, 예산 집행률 등 관리 지표 제고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부분만으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성과평가를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공익적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제시할 수 있다면 예산 투입의 타당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이유림 기자 leeyl789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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