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나무결에 새긴 '노동자의 희망'

 

"개인전이 성황리에 열려서....(웃음)"
목판화 작가 이윤엽(38·사진)씨가 세번째 개인전을 열며 소박한 미소로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성황리'라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오후 6시께 수원 북수동 소재 대안공간 '눈'은 오래간만에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었다.
모두가 이 작가의 개인전 개최를 축하함은 물론 그의 독특한 작품을 보기 위해 모였다.
그는 지난 1993년 수원대학교 서양화과의 늦깍이 대학생으로 캠퍼스를 누비다가 '체질에 맞는' 목판화를 시작, 사람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노동자와 농민, 일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판화 작품들은 하나같이 사람냄새가 퍼져 나오고, 작가의 이미지가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틀을 설명하면서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흔들리는 풀'이다.
이 작품에선 건물이 새워질 때 새로운 공간의 기둥이자 뼈대가 되는 건축자재인 '삿보드'가 노동자와 농민 등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는 "필요할 때 사용됐다가 건물이 해채되면 쓸모없이 버려지는 모양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닮아있다"고 설명한다.
또 신도시개발로 인해 축 처진 어깨와 구부러진 허리 등 할 일과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을 작품에 새기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 속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것은 그가 예술가의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하나되어 현실적이면서도 진정성있는 모습을 나무위에 새겨넣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노동자들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찍어낸 그는 사회를 지탱하는 '낮은'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산 꼭대기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작품 '노고단에서 김씨 할머니'는 그의 바람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농민과 노동자의 희망이 샘솟는 종묘상회의 종자들, 이 시대 문명으로부터 소외된 사람, 금새 나무들이 구수한 옛 이야기를 풀어놓을 듯한 마을 산책길 등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만큼이나 인간미가 넘치는 이윤엽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