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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위원장 면담무산 다소 허탈

北, 부시 새 메시지 기다린 듯... 한반도 평화만 재확인

국내외의 높은 관심속에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진행됐던 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방북 행보가 마무리됐다.
이번 방북에서 임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기대이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북측 실세들과 만나 핵 문제에 대해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김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을 지난 23일 전격 수용하고도 임 특사를 끝내 만나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김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포함해 임 특사가 특사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제시한 것 가운데 북한의 입장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 특사는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카운터파트인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특사회담을 갖고 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번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누차 역설한 것과 같이, 임 특사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어떠한 핵무기 개발 시도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핵 개발 포기선언 ▲핵동결 해제조치 원상회복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 철회 등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임 특사는 최근 핵 관련 국제정세를 볼 때,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분위기가 국제사회에서 조성되고 있는 만큼 시기를 놓치지 말고 이같은 기회를 활용, 북측이 현명한 결단을 내릴 것을 간곡히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핵 문제는 내달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공산이 크고, 불가피하게 다자구도로 넘어가면서 매듭이 더욱 꼬이고 그 결과 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의 목소리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내용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어쩌면 김 국방위원장으로서는 김 대통령의 친서 뿐아니라, 뭔가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메시지를 기다렸으나, 그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현 단계에서 굳이 임 특사를 만나봐야 서로 부담만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새 절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서 할 얘기도 없고, 자칫 자신의 입으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할 경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는 만큼 일단 국면을 `현상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짓는 게 낫다고 김 위원장은 생각했음직하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김 국방위원장이 이번 임 특사의 얘기와 로슈코프 러시아 특사의 중재안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안을 시간을 두고 검토하지 않겠느냐"며 "일단 `장고'를 한 뒤 나름대로 북측의 입장을 재정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김용순 비서를 통해 김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김 대통령이 특사와 친서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힌 것도 `만나고는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우리측 요청과는 달리 대외 공식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8일 임 특사를 만난 것이나, 핵 문제의 핵심 담당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대신에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보내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회담을 갖게 하는 등 `의전적 예우'에 그친 것도 핵 문제와 관련한 북측의 입장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해 전반적인 모양새는 어색해 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방북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남북의 고위관리들이 만나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되고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을 재확인하고, 특히 핵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과 상황인식의 폭을 좁혔다는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다.
임 특사가 방북전에 지적했듯이 핵 문제 해결에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한 만큼 서로가 솔직하게 대화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나갈 수 있게 된 것만도 앞으로 핵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데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임 특사와 김용순 비서가 6.15 공동선언의 정신아래 남북 교류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긴장이 불필요하게 고조되는 것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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