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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목수들은 먹통을 필수품으로 지닌다. 먹통이란 손에 쥘만한 크기의 나무를 후벼 파서 두 개의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 한 쪽에는 먹물에 적신 솜을 넣어두고, 다른 쪽에는 먹줄을 감아 놓은 바퀴를 장치해 그 줄이 먹솜 그릇을 통해 풀려나오도록 한 도구다. 선을 그을 때 유용한 이 도구는 먹을 머금었으므로 새까맣다.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은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정부는 아리랑 2호 위성을 활용해 북핵 실험 장소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북한이 핵 실험을 예고한 지난 3일부터 실험을 강행한 9일까지 북한 지역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위성촬영도 하지 않았다”며 “특히 핵실험이 있은 9일 오전 10시35분쯤 한반도를 통과하고 있었는데도 남한 쪽만 촬영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 위성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먹통이 되고 만 셈이다.
이에 앞서 KBS는 14일 오후 11시 8분경 2TV의 ‘위기탈출 넘버원’ 방영 도중 화면과 소리가 나오지 않고 초록색 화면만 뜨는 등 방송이 중단됐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TV 앞에 모여앉아 있던 일부 시청자들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하지 않았나 불안해하기도 했다. 뒤늦게 KBS의 사과 멘트를 본 시민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위기탈출 넘버원’을 방영하면서 이런 대형 사고를 내다니, 위기탈출은 KBS나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은 나사 풀린 KBS의 실체를 발가벗긴 먹통 해프닝이었다.
생각건대 앞의 먹통은 정부 관계자가 촬영지점 지표를 지상 관제센터에 지정하면 위성은 그대로 촬영할 뿐이므로 북핵 정보를 기피 내지 왜곡한 사람의 의도를, 뒤의 먹통은 공영방송인 KBS 내부의 원시적 실수의 조잡성을 폭로하고 있다 할 것이다.
무책임하고 답답하며 막힌 사람이나 그러한 상황에 대한 은유의 표현으로 등장하는 먹통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먹통이 제한된 사람에게나마 사랑받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먹물(?)을 가득 담고 있지만 맛이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세발 낙지의 머리통 정도이리라.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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