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중국 노장철학의 거두 장자(莊子)의 친구 혜자(惠子)가 장자의 부인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弔問)을 갔다. 그런데 장자는 춤에 장단을 맞추듯 양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鼓盆而歌). 혜자는 장자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자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아내의 죽음에 금방은 슬펐지만 인간은 본래 생명이 없었고 형체도 기(氣)도 없었으며 나중에 기가 생기고 기가 유형으로 변하고 형체가 생명을 갖추었다가 죽음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사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아내가 죽은 뒤 천지 사이에서 편히 쉴 테니 통곡하면 천명(天命)에 통하지 못하므로 울음을 그치고 양동이를 두드린다.”
조지훈은 승무(僧舞)를 이렇게 묘사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臺)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중략)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經)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춤의 하나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승무는 이 분야의 대가(大家) 한영숙씨의 우아하면서도 한(恨)이 서린 동작으로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한반도와 주변국들에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일행이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후 구내식당에서 북한의 여성 안내원들과 함께 춤을 췄다. 김의장 측은 “그쪽에서 계속 권해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 잠깐 췄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광란의 춤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인 춤은 추는 사람이 주제의식과 리듬을 잘 맞추면 ‘멋진 춤’이 되고, 그것을 깨뜨리면 깽판의 요인이 되고 만다. 아무나 출 수 있어도 멋지게 추기는 어려운 것이 춤이 아닌가 한다.
이태호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