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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나 수사기관의 고문실 또는 조폭들의 아지트에선 비밀을 캐내려는 사람과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이 사활을 걸고 대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여기서 강자는 무자비한 고문이나 달콤한 회유책으로 약자를 제압하여 비밀을 알아내려하고, 약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비밀을 지키거나, 아니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비밀을 토로하고 만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2조 2항에서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 한다”라고 진술거부권 또는 묵비권을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도 제200조 2항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공판절차 또는 수사절차에서 법원 또는 수사관의 신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다.
한편 심리학은 함구효과 또는 침묵효과(Mum Effect)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을 함구하고 전달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정보가 자신의 무능이나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되면 사람들이 입을 닫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이나 약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삼가는 것은 나쁜 소식이 유발하는 부정적 감정들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22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외교관으로서 쟁쟁한 업적을 남기고 1976년부터 4년간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10·26사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이듬해 사임했다. 국민은 사나운 군인들이 득세했던 시절에 고인이 ‘명목상의 대통령’을 지내면서 겪었던 당시 군부의 행태(行態)를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하게 증언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법정 증언에서도, 글로서도, 말로서도 그 비밀을 일체 발설하지 않았다. 함구한 그 자리를 역사의 공백으로 남긴 채 그는 갔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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