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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라도 자기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라고 신약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안식일에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환자들의 병을 고쳐주었지만 고향 사람들은 예수를 보고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배척까지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포함한 예언자 또는 선지자는 고향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채 아주 큰일을 도모하거나 인류를 구하는 성스러운 과업에 전념한다. 안목이 좁은 고향 사람들은 위인들을 못 알아보기 십상이다.
일제시대에 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떠돌며 피땀을 흘리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선구자들도 일생을 조국의 해방에 바쳤다. 그들의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은 눈에 띠지도 않고 생사조차 분명하지 않은 선구자들을 잊고 지냈다. 그래서 그들은 가곡 ‘선구자’의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한줄기 혜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라는 가사처럼 고독한 생애로 일관하다가 초야에 묻혀갔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8년 만에 고향인 목포를 방문해 목포 역전에 몰려든 전라도 유지와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는 198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직전에는 자파소속 국회의원들과 대규모 취재 기자들을 대동하고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성묘한 후 주민들과 환담하면서 대권 포부를 강력하게 천명한 바 있다. 그 후 그는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한 후 1997년에 대통령이 됐다.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는 동안 전라도민의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여러 난관을 극복해온 김대중씨는 이날 “앞으로는 현실정치를 않겠다”면서 정치와 맞닿은 굵은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신(神)이면서도 인간인 예수 그리스도나 황야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구자들과는 달리 김대중씨는 거의 전 생애에 걸쳐 고향의 지지 열기를 최대로 활용한 매우 현실적인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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