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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은 육체적 사랑에서든 정신적 사랑에서든 상대방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호흡을 함께 하는 다리로서 포옹을 창안해내고 연마하고 수련해오고 있는 것 아닐까. 전기가 양과 음이 접합할 때 불꽃을 튀기는 것처럼 남녀는 한 몸으로 녹아들만큼 진한 포옹으로 사랑의 꽃을 피우고, 강렬한 엑스타시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가 사랑과 포옹을 거의 동일한 동작으로 묘사한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원하여 세계로 번지고 있는 ‘그냥 안아드려요’(free hugs) 또는 ‘안아주기운동’(free hugs movement)이 그것이다. 특정인을 상대로 어떤 의도성을 드러내는 것을 배제한 채 자연스럽게 안아주고 안기는 행위는 여유가 있으며 평화로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파가 붐비는 거리에 일단의 젊은이들이 ‘그냥 안아드려요’라는 팻말을 세워놓고 안아주기를 시범하고 있다. 생각보다 폭넓은 세대들이 안아주려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가벼운 포옹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실은 ‘그냥 안아드려요’가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현재도 진행중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는 죄악을 쌓아 다시 멸망의 길로 달리는 인류가 불쌍하여 가끔 인간사회로 발현하신다고 천주교회는 가르친다. 20여 년 전 전남 나주에 발현하신 예수와 성모의 은총과 보속의 도구로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윤 율리아 자매(59)는 해마다 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성모동산을 찾는 수십만 순례자들을 틈이 나는 대로 안아주면서 “사랑합니다” “은총 많이 받으세요” 라는 극히 짧은 말로 봄볕처럼 따뜻하고 눈길처럼 포근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국내외 순례자들은 두 세 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며 그녀에게 안기려고 한다.
‘그냥 안아드려요’ 또는 ‘안아주기운동’은 이성간, 동성간, 노소간 또는 민족간의 벽을 허물고 인간의 사랑을 수평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의 작용이요,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없애면서도 피아(彼我)가 절제된 동작을 유지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화공간인 것 같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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