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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오 씨는 1982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으로서 현재 동인당약품(주) 회장이다. 이것이 필자가 아는 김용오 시인에 대한 정보의 전부다. 물론 일면식도 없다. 시인이지만 사업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보내 온 시집 ‘사부곡’(월간문학 출판부 펴냄)을 읽고 나서 이런 선입관은 깨지고 말았다.  8년 만에 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라고 했다.
그는 시집 첫 장에 ‘이 시집을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라고 써 놓음으로서 전통적으로 가족을 내 몸보다 사랑하고, 특히 부모를 공경하는 ‘토종 한국인’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놓고 있다.
“곁에 계실 때는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훌쩍 떠나고 나니 너무나 잘 보였고, 등에 질 수 없을 만큼의 무거운 저의 불효도 함께 보여 참 많이 가슴이 저리고 아팠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 시작되는 이 시집… 사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이 땅의 남자들에게 정겹고 살가운 대상이 아니었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과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고 하지만 현재 30대 이상의 남자들은 가부장적인 권위 안에서 살갑고 정겨운 이미지보다는 엄격하고 무섭기까지 한 존재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안다. 아버지의 의미를. 고독 속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나도 ‘아버지’가 되어 ‘사부곡(思父曲)’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께서 한평생 마음속에 넣고 다니다 조용히 꺼내 놓고 가신 그 손바닥만한 거울과 아무도 모르게 물려주고 가신 가난이라는 큰 재산이 얼마나 귀한 선물이었으며 얼마나 소중한 상속이었는지를 조금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지.’ (‘유산’ 전문)
가난을 상속 받았지만 그것을 ‘큰 재산’으로 알고 고마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훈훈하다.
재산 다툼으로 형제간의 불화가 일어나고 부모에게 까지 상해를 가하는 말법의 시대를 살아가느라 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에 온기를 돌게 해 준다.  
우 행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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