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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거운 물체 부근에 작은 돌멩이를 받치고 지렛대를 그 위에 얹은 다음에 지렛대의 한 끝을 무거운 물체 아래 대고 기다란 다른 끝을 누르면 무거운 물체를 손쉽게 움직이거나 밀어낼 수 있다. 이 때 손으로 누르는 쪽이 길수록 작은 힘으로 큰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을 지렛대의 원리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시험 합격 동기생인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기 만료 전에 헌법재판소장으로 앉혀 자신이 탄핵심판의 심리 과정에서 겪었을 법한 막강한 권위를 가진 헌법재판소를 요리 내지는 조종해보고 싶었을 수 있다. 이것을 세간에서는 말썽 많은 ‘코드 인사’라 부른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전효숙 카드는 단순한 ‘코드 인사’의 적용이 아니라 전효숙씨를 지렛대로 삼아 헌재를 원격조종하고픈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법재판관이었던 전효숙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전화 한 마디로 임기 중에 사표를 내고 대통령으로부터 헌재소장으로 지명을 받은 다음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헌재소장으로서의 적격성 여부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제 전씨는 헌법재판소라는 막중한 권한을 보유한 기관의 실력자로서 공적인 처신을 가볍게 하고 개인적인 명성을 얻으려 했지만 꿩도 메도 다 놓친 격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는 전효숙 파동의 원인 제공자요, 주요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명 철회’보다는 전씨의 ‘자진사퇴’로 모양새를 갖출 것 같다. 그렇다면 전효숙이라는 지렛대는 헌재를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부러지는 셈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효숙씨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즉 양심과 정의에 투철한 법률 전문가는 상황논리에 따라 언행을 조변석개(朝變夕改)하면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정치인들과는 거리를 두어야 바람직하며, 낮은 곳으로 임하여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법률가는 지렛대가 아닌 주춧돌이 되어 민중의 사랑을 얻고 역사의 후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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