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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키스칸이 세계를 제패한 데는 지혜와 덕성을 제공한 야율초재(耶律楚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야율초재는 징키스칸에게 발탁되기 전 두 개의 조건을 내걸어 약속을 받은 후 징키스칸의 사부(師傅)가 되었다. 그 하나는 백성이 울 때 함께 울고, 다른 하나는 백성이 굶주릴 때 함께 굶을 수 있으시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지 못하면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야율초재의 진언을 징키스칸은 받아들였으며 그는 이를 지킴으로써 세계사에 굵은 획을 그은 인물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평등 이념을 바탕으로 가진 자들의 이익을 환수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대책으로서 내놓은 여러 가지 처방들이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전국에 걸쳐 집값 폭등 사태가 촉발되고 있는 시점에 종합부동산세라는 폭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세금이 적용되려하자 과세 대상자 35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이른바 ‘조세저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래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에 속한다. 어느 정권 아래서 국민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운동을 광범하게 벌이면 그 정권은 불신임을 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조세저항을 가진 자가 주도하느냐, 못 가진 자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은 달라진다. 전자는 부를 독점 내지는 과점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자본주의 차원의 반발로 해석되며, 후자는 소외받고 짓밟히는 계급이 일으키는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 차원의 혁명으로 비화될 수 있다.
조세저항은 어느 경우든 당대에 권력을 유지한 세력에게는 도전으로 인식된다. 우리 국민은 야율초재가 징키스칸에게 요청했던 덕목 즉 국민이 울 때 함께 울고, 국민이 굶을 때 함께 굶는 지도자를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렵다. 권력 주변의 인간들이 버블 세븐에 여러 채의 고급 주택을 보유하고, 땅을 편법으로 마구 사들이면서 평등 이념에 입각한 부동산 대책을 아무리 쏟아 내놓은들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므로 그 효험이 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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