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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은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의 육근(六根)이 색깔(色)·소리(聲)·향기(香)·맛(味)·감촉(觸)·법(法)의 6진(六塵)과 부딪칠 때 각각 좋음(好)·싫음(惡)·평등(平等)·괴로움(苦)·즐거움(樂)·버림(捨)의 감각이 나타나므로 36가지의 번뇌를 일으킨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와 중생을 통틀어 계속되므로 108번뇌를 만들어낸다. 108번뇌란 중생의 흩어진 마음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가 번뇌 속으로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고, 무한한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불가(佛家)는 가르친다. 불자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유전(流轉)이 아니라 번뇌 이전의 영원한 생명으로 돌아가 부처님과 하나가 되려는 즉 성불(成佛)의 의지를 강하게 담은 인사 그것이 108배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신의 증조부가 고부 군수 시절 군민을 동원해 만석보를 수축하여 수세(水稅)를 징수하여 일부를 착복하는 등 갖은 학정을 저지른‘탐관오리의 전형’조병갑(趙秉甲)이란 사실이 <월간조선> 2006년 11월호에 폭로된 후 한 동안 변명 내지는 불만을 토로하다가 마침내 9일 ‘동학농민혁명 112주년 기념 유족의 밤’ 행사에 참석하여 사과하고 “동학농민혁명군의 영혼을 위로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한이 풀릴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조선 말기에는 학정의 주인공이었던 조병갑을 증조부로, 일제시대에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문에 근무한 친일파를 조부로 모신 그녀가 한 때 권부의 중심에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겠다면서 맹렬하게 필설(筆舌)을 휘두른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녀는 108배를 통해 번뇌를 끊고 성불하여 국민 앞에 나타날 것인가.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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