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대사가 의상(義湘) 대사와 함께 서기 661년 당나라로 유학 길에 올랐다. 두 스님은 어느 날 밤 비가 내리자 토굴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자다가 목이 마른 원효가 바가지에 든 물을 마셨는데 그 맛이 너무나 달고 시원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바가지는 해골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생기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생기고, 마음이 없으면 무덤과 해골 물도 둘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원효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당으로 가 더 공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귀국하여 정진했다.
국회 이경재(한나라당) 의원이 10월 17일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한강유역 수질 측정 결과에 따르면 수질측정이 이뤄진 168개 지점 가운데 11%인 18개 지점에서 오염물질이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한강 하류인 인천지역에서는 발암 물질인 페놀과 6가 크롬까지 검출됐다. 단병호(민노당) 의원도 “한강유역 환경청의 수질측정 결과 기준 초과지점 18개 중 TCE 항목이 초과한 지점이 총 9개로 절반에 해당된다”고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검찰이 12월 21일 수질검사기관과 지하수 개발업체가 짜고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전국 어린이집과 학교 등 1410곳에 오염된 지하수를 공급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적발했다. 수질검사기관과 일부 대학의 연구소는 지하수 개발업자들로부터 ‘정기검사권’을 따내기 위해 질산성 질소에 오염된 물을 정상이라고 판정해주었다. 질산성 질소란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糞尿)가 땅 속으로 스며들어 화학작용을 일으켜 생성되는 유해물질로서 빈혈과 청색증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1345년 전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도 크게 깨달은 원효 대사는 진리의 향기를 투사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위생관념이 강해진 오늘날 어린 학생들과 어린이집의 불우한 아동들에게 똥과 오줌성분이 섞인 물을 정상으로 판정하고, 이를 공급해온 어른들은 많은 사람의 구역질을 유발하고 있다.


이태호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