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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독재자요 학살자인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불량한 인종을 청소한다는 이유로 유태인 6백만 명 이상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하여 독가스로 학살한 사건은 인류 역사상 극악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히틀러는 유태인 뿐 아니라 정치범, 집시, 러시아인, 동성연애자, 여호와의 증인 등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사람과 독일인이지만 장애인들을 이곳으로 끌어와 유태인과 함께 처형했다. 몸이 불편했던 사람들이 죽기 전까지 썼던 의족과 보조기구들이 지금도 수용소의 한 방에 가득 차 있다.
한편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에이브러햄 생명센터는 기증 받은 인간의 장자와 난자 가운데 양질의 것을 결합시킨 배아(胚芽)를 판매하고 시술하는 이른바 ‘사설(私設) 배아은행’을 최근에 세계 최초로 설립했다. 배아은행은 계약 전에 정자·난자 제공자들의 학력·외모·건강·범죄 이력 등 특성을 면밀히 평가한다. 정자와 난자 제공자는 각각 대졸 이상 20대 여성과 박사·변호사 등 고학력 남성으로 제한된다. 은행측은 배아를 여성 의뢰인이나, 의뢰인이 원할 경우 대리모의 자궁에 시술한다. 배아 가격은 개당 2500달러(약 234만원)이며, 임신 시술까지 해도 총 1만 달러(약 934만원) 미만이다.
히틀러는 나쁘다고 생각한 유태민족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려고 잔인한 학살극을 벌여 인류사에 영원한 악의 발자취를 남겼다. 이와는 달리 에이브러햄 생명센터의 배아은행은 겉으로 보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 배아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인간의 생명을 주문에 맞춰 재생산한다면 양질의 인간은 물론 히틀러 못지 않은 흉포한 인간도 만들어서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다. 생명의 신비와 결혼 및 사회윤리를 송두리째 뒤엎는 이러한 행위는 천지를 창조하신 신(神)의 섭리에 대한 정면 도전일 뿐 아니라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위상을 상품으로 추락시키는 재앙과 파멸의 신호가 되지 않을까.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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