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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 년 전, 아시아 연극인들의 행사 참가 차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도쿄에 머물던 중 일본 연극인들의 초청을 받아서 술을 곁들인 저녁을 같이할 기회가 마련됐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관심사가 같은 지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저녁식사 자리가 끝날 무렵, 일본 측의 한사람이 일어나더니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그날 저녁 식사비를 걷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손님을 초청해 놓고 그 자리에서 음식값을 걷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먼저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작은 실랑이를 벌일 정도인데, 이 사람들은 참으로 야박스럽게도 자기가 먹은 것만 지불을 하다니… 그때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가서 나중에 일행 중 한 사람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라고… 그러자 “그런 사람들은 ‘할 일 많아 바쁘다’면서 미리 그 자리를 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더치페이’라고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속해 있는 단체와 각종 모임의 뒷풀이 자리에서도 더치페이는 스스럼없이 행해지고 있다.
더치페이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습관, 즉 얼마의 비용을 각자 공정하게 갈라서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어원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깔려있다. ‘지독한 구두쇠’라는 의미로서 Dutch의 수식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단어가 이처럼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게 된단다.
그러나 요즘 더치페이라는 것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정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한사람에게만 부담을 주지 않고 여럿이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아주 합리적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모두가 돈을 지불하니 누구나 그 자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얻어먹는다는 눈치를 줄 일도 받을 일도 없다. 참 세상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다. 
우 행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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