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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쓴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은 청년 장 발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장 발장은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복역하고 출옥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그에게 밀리에르 신부는 하룻밤의 숙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장 발장은 그 신부의 숙소에서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체포된다. 하지만 신부는 그 은촛대를 자기가 준 것이라고 증언해 장 발장을 구한다. 장 발장은 신부의 고귀한 사랑에 눈 떠서 좋은 일을 하지만 경감 자베르만은 그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빵 한 조각은 이처럼 한 인간에게 파란만장한 사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노래하고 있는데도 가난한 가장들이 배가 고파서, 또는 자녀들의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 목숨을 끊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고, 가난한 청소년들이 입을 옷이 없어서 청바지를 훔치고, 일감을 못 찾은 일용노동자가 남의 집 빗물받이 동판추녀를 뜯어 팔기도 한다. 이 같은 생계형 범죄는 2002년 4만852건, 2003년 4만2천100건이었으나 2004년엔 5만4천856건, 2005년엔 4만9천708건으로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다. 배가 고파 서러운 서민과 빈민들은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찬 방에서 떨거나, 먹고 잘 곳을 보장해주는 교도소를 그리워한다.
과연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진실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빈부의 격차를 껴안고 있기 때문에 가난을 없애기가 어렵고, 공산주의 사회는 빈곤의 평준화로 추락하기 때문에 가난을 못 벗어난다. “사흘 굶어 남의 집 담장을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가난한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금 북한에선 인민들이 천 명도 아니요, 만 명도 아니요, 수십만 명도 아니요, 수백만 명이나 아사(餓死)하고, 굶주린 어린 꽃제비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두만강을 헤엄쳐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거나 총살당하고 있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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