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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 붉은악마란 붉은 티셔츠에 ‘붉은 무리’이란 뜻의 영어를 가슴에 새긴 채 악마 또는 도깨비 모습의 가면을 쓰기고 하고, 손에는 소리가 나는 가벼운 봉을 들고 축구 국가대표 공식 응원단으로서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친 매니아 집단이다. 이 집단은 특히 2002년 월드컵 때는 수백만 이상의 붉은악마 팬까지 거리에 자연스럽게 끌여들여 열광적인 응원을 펼침으로써 국내는 물론 세계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붉은악마는 국가대표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집단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 논거는 첫째,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축구를 향한 지극한 정성과 열의를 국가적 에너지로 결집하여 국내외에서 폭발시킴으로써 우리 시대에 역동성을 부여했고, 분단시대에 공산주의의 상징으로서 금기로 여겨졌던 붉은 색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정열의 상징으로 가슴에 다가오도록 의식을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사회사(社會史)에서도 의의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집단이 ‘악마’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죄의식을 희석함으로써 정신문화에 해독을 끼쳤고, 기업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돈을 후원받았으며, ‘축구쉼터’란 이름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일종의 권력기구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이 금전사고를 내는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래서 붉은악마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6월 4일 기업을 비롯한 모든 단체로부터의 금전적 후원 영구 중지, 붉은악마 자체적인 수익사업 영구 금지, 기존 자산의 사회 환원 등을 내용으로 한 ‘신붉은악마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언론이 13일 붉은악마가 곧 해체된다고 보도하자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붉은악마 운영위원회는 ‘신붉은악마선언’의 정신에 따라 ‘발전적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나 그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집단은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활동하지 않을 방침이다. ‘붉은악마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태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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