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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경 잉글랜드 중부 코벤트리 지방의 영주 로오프릭이 농노들을 과도한 세금으로 갈취하여 악명이 높았다. 농노들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그의 부인 고다이버조가 남편에게 세금을 낮추라고 충고했다. 남편은 “당신이 완전한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바퀴 돌면 세금감면을 고려하겠다”고 빈정댔다. 부인은 고민 끝에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알몸으로 말에 올라 영지를 돌았다. 그때 농노들은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에 커튼을 내렸다. 그러나 톰이란 사람이 문에 구멍을 내고 그녀의 알몸을 훔쳐보는 순간 눈이 멀고 말았다. ‘몰래 훔쳐보기(Peeping Tom)’란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승객들의 알몸까지 투시할 수 있는 X레이 검색기가 23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첫 시험가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논란 속에 도입된 X레이 검색기는 스카이하버 공항에서 90일 동안 시범 적용한 뒤 존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올해 안에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과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도 이 기계를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주도하여 위험 무기를 가려내기 위해 도입하려는 알몸투시 X레이에 대해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배리 스타인하트는 “이것은 일종의 알몸 수색이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이것을 포르노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분개했다. 영국에는 알몸투시 검색기를 조롱하는 ‘반테러 누드 핸드백’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 핸드백에 든 물건을 밖에서 훤히 볼 수 있다.
‘몰래 훔쳐보기’의 주인공 톰은 고다이버조의 알몸을 몰래 본 대가로 눈이 멀었지만 미국의 안전요원들은 공항을 드나드는 수많은 남녀노소의 알몸을 감상하면서 태연하게 근무할 것이다. 성적 호기심을 억누른 채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한 영주 부인의 인권을 보호한 중세의 농노들이 스카이하버 공항에 환생하여 X레이로 무차별하게 들춰지는 여성들의 알몸을 보면 쇼크사할 지 모르겠다.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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