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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히말라야 여행기<1>

‘시간여행에서 길을 잃다’-가까워요. 걸어서 이틀 밖에 안 되는 걸요

 

 

‘시간여행에서 길을 잃다’는 네팔 히말라야 여행기다.

바쁜 것에 지치고 사람이 싫어질 즈음 떠난 여행이 글이 되어 나오기 까지 2년이나 걸렸다.

세상에서 다섯 번째 가난한 사람들이 그곳에 살지만 순박함이 있고 풋풋함이 있는 곳…. 말로만 듣던 에베레스트가 버티고 있는 곳이다.

우리의 시간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에서 보고 만나고 겪은 일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가끔은 뒤를 돌아보고 쉬어가라고 넌지시 던지고 싶다.

느리게 살면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함께 낯선 세상으로 떠나보자.


김필조는 시민운동가다.

 

남들이 그렇게 믿어 줄지는 모르지만. 고교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했으며, 늘 돌멩이와 문학 사이에서 헤맸다.

 

노동운동 한답시고 위장취업해서 노조 만드는 일을 여러 해 하다가, 어쩌다보니 시민운동가가 되었다.

 

근래에는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느라 고심하며 학창시절 이후 썼던 글을 정리하는 중이다.

 

세상 짐 다지고 사는 이야기나 남 욕하는 글은 많이 썼지만, 편안히 읽을 수 있는 글을 드러내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다.

 

혹시나 해서 여러 사람에게 보인 다음에나 원고를 디밀었다.

 

이 글이 욕먹지 않으면 용기를 내어 그간 써 둔 시와 산문, 동화 등을 실어볼 생각이다.

 

 

 

◆낯선 길에 들어서다.

 

차창으로 이른 새벽을 보며 마음이 야릇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가로등이 그대로인 도로

 

위에 서늘한 새벽빛이 든다.

물 빠진 갯벌에 걷히는 어둠 밑으로 해안의 잘록한
허리가 드러났다.

듬성듬성 작은 바위섬도 아랫도리를 드러냈다.

 

검은 물 빠지지 않은 초록, 머리털이 빼곡해 더 부끄럽다.

작은 바위섬은 갓 나온 버섯의 갓이다.

 

 

 

 

철든 이후 꿈꾸던 히말라야를 이제야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바람이 되었고, 나중에는 복잡하게 살면서 그리던 낯선 세상,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히말라야가 되었다.

한 두 해 전 부터는 그리움이 집착이 되고 병이 되어 마침내는 가보지 않고는 나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병을 알게 된 분들이 마음을 보태 여행경비가 마련되었고, 자료를 찾고 장비를 챙기고 계획을 세우는 데 세 달이 걸렸다. 혼자 살았는데 새삼 혼자 떠나는 길이 두렵고 설렌다.

 

 

 

네팔로 떠나는 사람이 둘 있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6시 40분에 출국수속을 밟은 뒤 탑승구 쪽으로 나가 김밥을 샀다. 9시 비행기라 아직 시간 여유가 많다. 아시아나로 도착한 홍콩에서는 로얄네팔의 연착으로 한동안 바닥에 늘어져 잠을 잤다. 작은 비행기에 적재함도 작아서, 배낭을 보더니 화물칸에 싣겠다고 한다.

낡은 비행기가 불안하다. 우리보다 피부색이 짙은 여승무원의 얼굴이 낯설고, 40대나 되어 보이는 도톰한 외모도 어색하다. 기내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생각에 잠긴 사이 카트만두의 트리부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와 입국장으로 들어가니 말이 공항이지 우리의 버스터미널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이다.

느릿느릿 급할 것 없이 일처리를 한다더니, 늘어선 줄이 도무지 줄어드는 기색이 없다. 1시간 넘게 걸려 통관을 끝내고 나오니 한국인 숙소에서 택시로 마중을 나와 있다. 공항은 시골 버스터미널 같고, 가무잡잡한 네팔인들이 천상 시골스런 모습이다.

 

 

복잡한 골목에 낡은 여인숙 같아 속으로 놀라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정갈하고 한국인들이 모이는 숙소라니 낯선 여행에 도움받기 좋을 것 같다. 기대감이나 호기심도 생긴다.

 

4인실 도미토리(Dormitory-1인 침대가 늘어 선 숙소)에 짐을 풀고 식사를 했다. 식단에 한식이 많다. 한국에서 오는 분들께 부탁해서 라면, 고추장을 들여오고, 삼겹살용 돼지고기는 덩어리째 사서 발라낸다고 한다.

쓰러질 듯한 건물이 즐비한 골목에 허름한 모습으로 자리했지만, 작은 정원 여기저기에 낡은 탁자가 놓여 있어 정감 있기도 하다.

숙소에 모인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을 모아 밤 새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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