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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말은 논리와 감정을 수반한 의사소통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치인의 일과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정치인을 말로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 법으로 정치를 규제받거나 주거가 제한되는 경우엔 오디오나 비디오테이프로 지지자들과 만난다. 그는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막히고 비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문자답하면서 출옥 후의 화려한 꿈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정치인은 말을 많이 하다보니 거짓말도 쏟아놓는다. 이른바 섹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 르윈스키와 성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던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그녀와의 성교 사실이 폭로되자 “오럴섹스는 재판부가 정의한 섹스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로 궁지를 모면하려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0년 6월 27일 저녁 “전쟁에서 이기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 안심하라”는 요지의 방송을 내보낸 후 자신은 한강을 건넌 후 이튿날 새벽 한강 다리를 폭파케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통령 불출마선언과 정계 은퇴를 번복하는 등 굵직한 식언을 했다.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 겸 청와대 정무특보가 갑자기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요담했다. 그는 방북 길에 “이번 평양 방문이 열린우리당의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귀국길에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 중순 이후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처음 말을 뒤집었다.

히틀러 정권의 선전장관을 역임한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모두 믿게 된다”고 <대중선동의 심리학>에서 주장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대중에게 어느 정도 먹히므로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을 자주 하는 정치인은 살아서는 신용 불량자요, 죽어서는 십계명을 어긴 상습범으로서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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