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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조선시대의 실학자 신경준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인간의 족보처럼 정리한 <산경표>라는 명저에서 우리나라의 산을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을 기본 축으로 하여 1개의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선명하게 정리했다. 우리나라의 산을 인체의 핏줄에 비기면 백두대간은 중추신경이나 대동맥이요, 1개의 장백정간과 청북정맥 등 13개의 정맥은 주요 신경 또는 동맥(動脈)이다. 한 마디로 말해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기(氣)와 체(體)의 본산이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파괴하는 관과 민이 백두대간의 비개방 구역 중 설악산 대관령-미시령 구간 5.5km, 미시령-마등령 구간 7.5km, 소백산 도솔봉-묘적령 구간 2.6km, 월악산 마역봉-부봉-하늘재 구간 8.0km, 속리산 악희봉-장성봉-대야산-밀치 구간 14.9km를 마구 파헤쳐 원형을 찾기 어렵다. 호남정맥은 462km 구간에 포장도로만 70개가 관통하여 맥이 끊겼으며, 금남 호남정맥의 일부는 마사회의 경주마 목장 건설로 초토(焦土)로 변하고 있다.

이번엔 산림청이 백두대간 중 남한 영역에 속하는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684km와 9개의 정맥 2080km를 국가 등산로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등산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실천에 옮길 예정이라 한다. 산림청의 이와 같은 구상은 등산을 좋아하는 국민이 급속히 늘고 있는 데에 따른 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담당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전국의 산림을 보호해야 할 기관이 ‘국가 등산로’를 개설하여 백두대간 등을 훼손하겠다는 발상은 놀라운 자가당착이 아닐까?

인간은 자연을 전혀 손대지 않고는 살기 어렵다. 선진국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면서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국토를 개발하려면 백두대간을 허물거나, 여러 정맥을 끊어버림으로써 인체의 중추신경, 대동맥, 동맥, 정맥 등을 자르는 류의 폭거를 자행하지 않고 개발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우리는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등산 애호가들이 오를만한 산이 모자라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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