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죽음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눈을 감고 피가 멎으며 목숨이 끊기는 과정이다. 하지만 죽음은 사라지지 않는 사람의 영혼을 기능이 멈춰버린 육체와 분리시키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히면 살은 썩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뼈는 일정기간 보존된다. 사람이 죽어서 화장터로 옮겨지면 불에 태워져 가루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도 그 정신은 남아 있으면서 신(神)의 심판을 기다린다고 고등종교들은 가르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뇌사판정을 받은 직후 몸의 일부를 장기 기증이란 형식을 통해 그것을 몹시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함으로써 빛을 남긴다.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사람은 몸은 캄캄한 곳으로 갔지만 그의 숭고한 결단에 의해 은혜를 받은 사람들을 통해 사후에도 빛을 이어간다. 이러한 표양은 산자가 미리 유언을 쓰고 죽으면서 장기를 기증하든, 유족이 숙고 끝에 혈육의 장기를 기증하든 간에 아름다운 영혼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뇌종양 치료를 받다가 병세가 악화돼 죽음을 앞둔 부천 계남초등학교 학생 안우석(9)군이 뇌사 판정을 받은 직후 자신의 신장을 2명에게, 간을 1명에게, 각막을 2명에게 기증한 후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족들과 상의한 후 아들의 장기를 기증키로 결심했던 김포시의 한 고교 교사 안항일씨는 “나와 우석이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태국 메소시 지방에 아들의 이름을 붙인 우물을 파 맑은 물이 없어 만성복통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뜻하지 않게 사랑하는 부모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석군의 슬픔이야 오죽 깊었으랴만, 사랑하는 아들을 비명(非命)에 보내야 했던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 쓰라렸으랴만, 아들과 부모는 이 세상에 빛을 남겼다. 사람의 삶은 영원한 시간에 비하면 찰나요,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이지만 오직 사랑으로 시공(時空)을 초월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