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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한 젊은 여성이 서울역 건너편 길에서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건네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한 네티즌이 우연히 찍어 지난 7일에 인터넷에 올렸다. 그 목도리는 값으로만 따지면 몇 천원에서 몇 만원에 불과하고, 네티즌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6장은 필름 값을 계산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가가 0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으로는 미미한 행위가 인터넷에 오르자마자 수만, 수십만 명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복이(makga4)’라는 네티즌은 이 사진을 처음 올리면서 “어느 아가씨가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노숙자 할아버지께 해주는 모습을 우연히 담았다”고 과정을 소개하면서 “밝은 웃음을 가진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따스하다는 걸 느꼈다”고 짤막한 소감을 피력했다. ‘목도리녀’의 신원은 친구들에 의해 홍익대생 김정은(24)양으로 밝혀졌다. 그녀의 아버지 김민태(56)씨도 오갈 데 없는 할머니(80)를 22년째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의 본보기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목도리녀’와 사진 찍은 사람이 짜고 선행을 연기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인터넷엔 선행과 사진의 진실성 여부로 댓글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것은 사기꾼들이 득실거리고 속임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있을 수 있는 해프닝이다. 아니 세상이 이처럼 각박하기에 목도리 한 개의 사랑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 것이리라.

김정은 양은 사랑과 정성은 크고 작음을 논할 일이 아니요, 마음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속임수에 통달한 사람들은 가식일수록 화려하고 거짓일수록 정밀한 각본으로 위장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참과 거짓, 사랑과 위선은 격이 다르다. 홍익대가 김양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 그룹이 그녀를 특채하리라 한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훈훈한 정은 세상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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