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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없다고? 이웃 하기 나름이죠!

시민총행복지수를 높이자-우수 아파트 공동체

‘생활 이상의 가치’ ‘생활 프리미엄’ ‘편한 세상’ ‘집에 담고 싶은 모든 가치’ 유럽풍 고품격’. 근래 브랜드 아파트 마다 독특한 ‘공감 카피’를 내세워 아파트 문화를 형성하려 하지만 이건 공동체 문화와는 별개다.

 

살아가는 건 돈으로 만들어진 ‘껍데기’가 아닌 부대끼며 떠들며 함께 고민하는데 있다. 아파트 자치회와 부녀회가 바로 그렇다.자생적으로 뭉쳐 서로 서로 이웃임을 확인하는게 시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일지 모른다.

“노인정에 틀어 박혀 있는 것보다 야외로 나가면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수원시 팔달구 세류동 대한대우아파트 안에 있는 경로당 앞에서 만난 고성지(80) 할아버지는 해마다 두 번씩 아파트 부녀회에서 보내주는 효도 관광이 기다려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대우아파트 부녀회는 지난 2006년 봄에는 안면도로, 가을에는 대천으로 두 차례 노인 90여명과 함께 효도관광을 다녀왔다.

또 경로당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적접 청소 활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간식까지 제공하면서 노인들의 여가 활동을 돕는등 노인들 공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녀회 이인순(61) 회장은 “매년 복날에는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백숙을 대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노인들이 공경받는 아파트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천293가구의 보금자리가 있는 이 아파트는 지난 해 도로부터 ‘공동주택 우수 관리단지’로 선정됐다.

 

 

자체 공사로 관리비 절감과 입주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관리소와 전문지식을 갖춘 분과위원회를 두고 아파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었다.

또 바자회 등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쓰고 있는 부녀회도 한 몫 했다.

지난 달 24일엔 부녀회 주관으로 주민화합을 위한 척사대회가 열렸다.

부녀회에선 주민들을 위해 통돼지 바베큐를 비롯해 먹고 마실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했고, 주민 400여명이 참여해 윷놀이, 재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부녀회와 관리소 사이의 잡수익 분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녀회가 광고, 알뜰시장,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 등 잡수익 전부를 관리소로 이관했기 때문이다.

또 부녀회의 활동비는 바자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어 타 단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활기찬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 부녀회라면 편안한 삶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바로 아파트 관리 사무소다.

관리소는 지난 해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단지 내 80평 규모의 탁구장을 설치했고, 테니스장 바닥을 흙토로 교체해서 주민들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부녀회와 관리소의 모든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대표회의는 관련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동대표들을 건설, 관리, 회계, 환경 등 각 분과위원회에 배정해 각 분야별로 전문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화합의 힘은 소외 이웃 없애는데서 출발

 

 

 

“5월이 되면 효도 관광 언제 가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올해 환갑을 지낸 이인순(60) 부녀회장.

효도관광을 가야할 나이에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남들이 다 꺼려하는 부녀회장 자리를 3년이 넘게 맡고 있다. 공동체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 힘 없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지론.

이 회장은 부녀회 활동에서 ‘효도관광’과 ‘불우이웃돕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녀회는 바자회로 벌어들인 수익금 중 100만원을 매년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5년 ‘향기마을 경진대회’에 음식물쓰레기 제로화 방안을 발표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그녀의 봉사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 회장을 힘들게 하는 것도 있다. 주민들의 무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이 회장은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다”며 “좋은 일을 할 때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며 주민들의 작은 관심을 기대했다.

“청명산에서 뱀이 되는 게 컴퓨터 게임보다 재밌어요”

24일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청명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서는 단지내 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실이 열렸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본래 계획했던 ‘청명산 봄꽃 새순·새싹 관찰하기’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석고 본 뜨기’가 진행됐다.

 

 

생태교실 이순자(44·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숲과 친구가 돼 보기도 하고, 스스로 곤충이 돼 보기도 한다”며 “이색적인 경험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청명주공아파트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조선희(38)씨는 “아이들에게 학교나 학원이 아닌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946세대가 살고 있는 청명주공아파트는 지난 2004년 도가 선정한 ‘공동주택 우수 관리단지’로 뽑힐 정도로 아파트 운영 관리뿐 아니라 입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역시 알차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일 이 아파트는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열었다.

6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만큼 그들만의 노하우에는 뭔가 독특함이 있다.

대보름 행사가 단순히 ‘음주가무’를 즐기는 어른들만의 행사가 아니다.

대신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윷놀이, 구슬치기, 비석치기 등 전통놀이 마당이 열린다.

이날 대보름 행사 참가 인원은 500명.

애초 예상했던 인원보다 200명이나 많이 참가해 한마디로 ‘인기 폭발’이었다.

또 이 아파트 부녀회는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지난해 ‘조류·별자리 탐사’에 이어 올해에는 ‘백제역사 탐방’을 떠나기도 했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 상영을 하는 가 하면, 어버이날에는 단지 내 노인정을 찾아 마을 어르신들께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마을엔 같이 아파트값을 올리는 ‘담합’ 대신 마을을 살기 좋게 하려는 ‘단합’이 있다. 요즘 이 아파트 부녀회와 입주자 대표회의는 합심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을 내 동아리 활동의 활성화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희 부녀회장은 “주민들간의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려면 달력식 행사만으로는 힘들다”며 “지금은 ‘역사배우기 모임’ 밖에는 없지만 앞으로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아 다양한 동아리들을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요즘 청명주공아파트는 주5일제로 한가해진 토요일날 할 일을 못 찾고 있는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다.

작은 일도 주민들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

 

“아파트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시 영통구 청명주공아파트 입주자 대표 백종헌(44)씨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행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져야만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주민들이 불만을 갖지 않습니다”

부녀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행사를 하면 주민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백 대표가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주민들과의 신뢰성 형성이다.

백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인터넷과 아파트 게시판을 통해 모든 수입·지출을 공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리비 부과 내역을 모두 공개해 주민들의 주거 공간을 관리사무소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백 대표는 갈수록 더 삭막해져 가는 아파트 문화를 걱정했다.

“이번 대보름 행사 때 영통지구 26개 아파트 단지 중 단 2군데만 동조했다”며 각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 대표들이 좀 더 공동체 문화에 관심을 갖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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