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1920-30년대 미국 몬태나주의 정원을 무대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에서 실연한 형이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자 동생이 맥주가 가득 채워진 잔에 위스키 잔을 떨어뜨려 건넨다. 또 ‘강철의 심장(Heart of the steel)’이라는 영화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파업과 공장폐쇄 등을 겪으면서 고민을 달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속상한 사람들이 양극(兩極)을 달리는 약한 술과 독한 술을 섞어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단의 군인들이 1961년에 쿠데타를 일으킨 후 미국에 유학 가서 맥주를 부은 컵에 양주를 담은 잔을 집어넣어 두 술을 섞어서 만드는 이 폭탄주를 배웠다. 술 값이 싸고 술이 독하므로 빨리 취해 경제적이란 점을 장점으로 꼽은 그들은 정치인, 법조인, 기자들과 어울리면서 폭탄주를 확산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폭탄주는 ‘돌리는 술’이 되어 술이 약한 사람을 장취케 하여 치명적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봄 한나라당 최영희 의원의 성추행사건도 폭탄주를 마시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최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이 곤욕을 치렀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폭소클럽’(폭탄주 소탕 클럽)을 조직하고 국회 브리핑 룸에서 폭탄주가 든 맥주잔을 망치로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술이 무슨 문제냐, 마시고 사고 친 사람이 문제지”라고 꼬집었다.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는 검사 395명과 일반 직원 15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검사의 70.6%, 직원의 51.8%가 폭탄주가 단합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고 1일 밝혔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신봉하며 선민의식이 강한 검사들은 폭탄주를 단합의 수단으로 매우 선호하는 모양이다. 검사가 아니더라도 폭탄주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합은커녕 그 술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 취생몽사(醉生夢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