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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이철환의 <연탄길>은 달동네 사람들의 가슴 찡한 사랑의 이야기를 묶은 논픽션이다. 한 남성이 식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다 캄캄한 거리에 쓰러져 있는 청년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하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사이에 아내는 애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이 살고 있는 3층 빌라 전체가 불에 휩싸였다. 아내와 애들은 집에 들어가기 직전이라 목숨을 구했고 1층에 사는 부부는 불에 타 숨졌다. 죽은 남자는 조금 전 사람을 치고 달아났던 그 운전자였다.

운전자가 무고한 시민을 치어 현장에서 즉사케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후 피해자를 팽개치고 달아나는 사건을 뺑소니사건이라 한다. 가해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빨리 입원시키면 살릴 수 있는 피해자를 죽이는 결과를 빚거나, 피해자가 나중에 발견돼 치료받는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겨 큰 불행으로 빠뜨린다. 뺑소니사건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지만 인도적 관점에서도 흉악한 범죄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1부는 추돌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된 배모(41)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부상이 가볍고, 양측이 말다툼을 벌인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배씨가 피해자를 구호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도 달아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뺑소니로 처벌하려면 사고 경위, 상해 부위, 과실 정도, 당사자의 나이,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로교통법이 정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예외적인 사안과는 달리 몇 년 전 혈중 알코올농도 0.23%의 만취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 부장검사도, 면허 없이 오토바이를 몰다가 8명의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소년들도 뺑소니사건 가해자였다. 뺑소니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목격자들의 성실한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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