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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6>

자비의 거리, 평화를 품다…네팔 속 힌두와 불교

 

오늘도 아예 공항엘 가지 않았다. 숙소에 수시로 비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해두고, 숙소에서 알게 된 혜찬 스님이랑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오래 있었던 탓에 덜발광장으로 가는 개구멍을 알고 있어, 덩달아 입장료도 안내고 따라다녔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분이라 눈에 띄는 것마다 알찬 설명도 해줬고, 돌아다니며 그냥 지나치던 불교사원에서 자세한 안내도 받았다. 혼자서는 뭔지도 모르고, 골목이 복잡해서 있는지도 모를 것들이다.

 

정신이 없는 사원에는 비둘기로 뒤덮인 사리탑이 있고, 지붕에서 늘어뜨린 널찍한 청동장식이 접은 날개처럼 드리워 있다.높이 앉은 청동의 가녀린 보살상이 입구 양쪽에서 눈을 끌어 당긴다.

 

 

벽면을 온통 동판문양으로 둘러놓은 장식이며, 붉은 꽃잎으로 기원을 얹은 돌바닥의 연꽃문양, 일직선으로 늘어선 작고 정교한 돌탑들, 하나 같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사리탑에는 아마도 진신 사리가 봉안되었을 거라 한다.

▲ 힌두의 거리에 핀 불심

네팔에서는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20% 정도 되는데, 사원이나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갈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불교사원의 한 귀퉁이에는 향신료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앳된 소녀의 이마 끝에는 붉은 점이 찍혀 있다. 그곳에 점을 찍은 것은 결혼한 경우라 했는데, 저 어린 소녀는 정말 결혼을 한 것일까? 티카(바르는 것) 혹은 빈디(붙이는 것)라 부르는 점은 행복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쌀을 붙이기도 하는데, 여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인들은 반짝이나 붉은 점을 이마나 양미간 사이에 예뻐 보이라고 찍는 경우도 많다. 사원 다른 편의 우물가에서는 소년이 머리를 감고 있다. 이곳에는 공동 우물이 많다. 우물은 도로보다 2미터 이상 낮게, 10미터 정도의 사각으로 만들어져 있고, 벽면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빨래를 한 탓인지 더러운 물이 빠져나갈 곳 없이 고였다. 지저분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늘 이곳에서 몸을 씻는다.

시장 통에서 내가 깎았던 것 보다 훨씬 싸게 스님이 머리를 빡빡 밀었다. ‘뭐, 원래도 빡빡 이었지만.’ 이발소는 한 두 사람 들어앉을 작고 좁은 크기인데, 둘이 일하고 있다. 열다섯 남짓한 소년이 종업원인 모양인데, 다른 가게들처럼 도제(徒弟)로 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수공업 수준인 네팔에서는 기술을 가르치는 명목으로 겨우 먹여주고 재워주는 걸로 몇 해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한다. 맛이 일품이라는 일본인 우동 집에 들러 꽤나 비싼 우동도 먹었다. 배부르고 힘들어 쉬려고 돌아오니 오늘은 비행기가 뜬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나갔다. 혜찬 스님이랑은 그게 마지막 이었다.

● 여정
카트만두(1,350m)→[비행기]→루클라(2,840m)→누르닝(2,492m)→팍딩(2,610m):1일→조살레(2,805m)→남체(3,440m):2일→[쿤데(3,840m)-쿰중(3,780m)]→남체(3,440m):3일-고소적응→풍키텡가(3,250m)→텡보체,860m)→디보체(3,820m):4일→팡보체(3,930m)→페리체(4,240m):5일, 6일-휴식→두글라(4,620m)→로부체(4,910m):7일→고락셉(5,140m):8일→칼라파타르(5,550m):에베레스트 트래킹 종점→페리체(4,240m):9일→남체,440m):10일→루클라(2,840m):11일→[비행기]→카트만두(1,350m)

▲ 히말라야 가는 길

5일을 기다렸다. 하루는 다음날이면 함께 갈 일행이 있을 거라 해서 혼자 가는 것 보단 낫겠다싶어 기다렸고, 이틀은 공항에서, 이틀은 숙소에서 맥없이 기다렸다.

 

아홉 명씩 두 줄로 앉아 열여덟 명이 겨우 타는 작은 비행기다. 승무원 아가씨가 사탕과 솜을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솜은 시끄러우니 귀 막으라고 주는 거라 한다. 벌써 비행기 아래로 계단식 밭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구름 위로 솟은 설산도 다가온다. 짐이 무거워 입구에 앉았더니 승무원의 옆자리다. 그녀 이름은 노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엄마와 함께 아리랑 TV를 즐겨 본다고 한다.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이 재밌다는데 한국에 호감이 많은 아가씨다.

 

 

22살인 그녀는 “내가 한국인을 닮았나요? 사람들이 그런 말 많이 해요”

어여쁜 아가씨다. 외국 여자라 그런가? 대충 다 예뻐 보이니. ‘비행기가 우찌 이리 금세 도착하는 겨!’ 노요와 인사를 나누고, 짐을 찾아 나오니 산의 기세가 고개를 들기 무섭다. 낭떠러지에 비탈지게 위치한 루클라(2천840m)의 비행장은 작은 비행기 네 다섯 대 머물 크기다. 짐을 들고 한동안 넋 나간 듯이 산을 바라보다가 바닥만 보고 걸었다. 놓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듯이 사람들 뒤만 따랐더니 채 1시간도 안되어 발이 땅에 붙어 버렸다.

해질녘에 팍딩의 여기저기를 헤매다 숙소를 잡았다. 어디서 방을 잡아야할지 몰라 어둑어둑해지는데 돌아다녔더니 가는 곳 마다 단체 손님들이 들어 방이 없단다.

찬 기운을 느끼며 다시 내려와 서둘러 방을 골랐다. 해 떨어진 히말라야의 언저리에서 냉기가 서늘하게 찾아든다. 습하고 차가운 기운이 우리의 추위와는 딴 판이다. 등골이 오싹해 온다.

 

가파른 산의 위세에 눌린 탓인지, 작은 추위가 두려움이 된다. 어둑한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마저 한기로 찾아온다. 추워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함께 비행기를 탄 한국 분은 포터를 구해서 왔다. 난 어떻게 할 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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