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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대조표는 상업교과서의 단골 메뉴요, 회계학의 기본이다. 손익계산서와 함께 재무제표의 중심을 이루는 대차대조표란 일반적으로 그 시점에서의 모든 자산을 차변(借邊)에, 그리고 모든 부채 및 자본을 대변(貸邊)에 기재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회사의 이 분야 전문가들이나 회계사들은 대부분 결산시점에 이것을 작성하지만 개업 ·폐업 ·합병 때에도 이것을 토대로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한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간편한 방법은 없다.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도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수 있다. 누구나 특정 시점까지의 자신의 삶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보람이 있었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차변에, 부정적이고, 퇴영적이며, 절망했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대변에 적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두루뭉술하게 적는 일기와 달리 자신의 궤적을 뚜렷하고 냉정하게 드러내주는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원순)이 5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아름다운 이별학교’ 2기 강좌 참석자들에게 삶의 대차대조표를 쓰게 했다. 이 강좌에 참석한 노인들은 차변보다는 대변쪽에 훨씬 많은 내용들을 줄줄이 기록하면서 겸연쩍어했다. 그들은 삶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대변에 적은 내용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갈등을 풀며,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경우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아름다운 몸가짐을 실천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지구상에서 홀로 가진 소중한 존재다. 인간은 황혼기에 접어들기 이전이라도 삶의 대차대조표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대변 인간’이라면 차변 쪽으로 보다 많이 채워가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차변 인간’이라면 ‘대변 인간’에게 베풀어가면 세상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다. 신(神)이나 초인(超人)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고등종교들이 말하는 죄악의 덩어리요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인 이 세상에 보람을 심을 수 있다.이태호<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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