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중국의 오제(五帝)시대에 태평성대를 이끈 요(堯) 임금이 자기 아들을 제쳐놓고 선량한 신하인 순(舜)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다. 이때 순은 완곡히 사양했다. 그러자 요는 “아, 순아! 하늘의 운수가 네 몸에 있으니 백성의 마음 중심을 거머쥐어라. 온 세상의 백성이 곤궁하면 하늘이 주시는 복록도 영원히 끊기리라”(堯曰 咨爾舜 天之曆數在爾躬 允執厥中 四海困窮 天祿永終)라고 말했다고 <논어>는 전한다. 순은 백성의 마음 한 가운데 머물며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린 후 신하인 우(禹)에게 왕위를 넘겨 태평성대의 꽃을 피우게 했다.

송나라 때 도가(道家)의 거목 장자(莊子)는 소탈한 인품에 생각과 행위에 거리낌이 없는 대 사상가였다. 장자의 친구 혜시가 상처한 장자를 조문하기 위해 빈소에 들렀다. 장자는 돗자리에 앉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웬일이냐고 물었다. 장자는 “아내는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4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내는 지금 우주 안에 잠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달라는 6개 정당 및 교섭단체 원내 대표의 요청을 받고 “각 당이 차기 국회 개헌을 당혼으로 결정하고 국민에게 책임 있게 약속하라”는 조건을 달고 수용했다.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열의를 보여 온 노 대통령은 국회의 표결에 승산이 없고, 국민이 임기 중 개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요청해오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분야에서 활동한 지도자의 생애를 살피든 그들이 모든 꿈을 다 이룰 순 없었다. 지도자는 국민의 마음 그 중심으로 다가가서 완전히 일치할 때 중요한 몇 가지 업적은 남길 수 있다. 논리와 계산은 마음의 하위 개념이다. 마음을 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진다. 마음은 곧 우주다. 인간이 작은 것에 몰두하느냐, 큰 것을 품느냐는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려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