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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FTA 타고 언어장벽부터 해소해야

글로벌마인드 영어교육서 고비용 저효율 개혁 시급
교육당국 무대책에 절망감 영어 사용 저변 확대 관심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 좀 더 냉혹하게 표현하면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아직 한미 FTA 협정 전문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우리의 손익계산서를 따져 보긴 이르다.

 

하지만 앞으로 한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 자신의 격(格)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야 현실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국민소득 3만불의 선진국 대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품에서부터 국민들의 문화수준, 국격(國格)에 이르기까지 나라 전체의 근본적인 틀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사회 전반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의 글로벌 마인드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첫걸음은 영어교육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국제적 감각을 훌륭히 갖추었다 하더라도 국제행사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점에서 보면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교육개방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몹시 아쉽다. 우리 국민들로서는 미국의 선진 교육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국 유학생들이 돈을 들고 미국으로 몰려 드는 마당에 굳이 한국에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할 실익이 없었을 것이다.

반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 것은 물론 영어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서도 토플 성적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맴돌 정도로 참담하다. 게다가 중등학교 영어교사들의 토플 성적이 대기업 신입사원들의 영어성적보다 못하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영어성적이 좋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였는 듯 싶다.

이쯤되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되었다. 딱히 특정 이익집단들이 주장하는 ‘국어교육 약화’라는 그럴듯한 명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기막힌 역설은 바로 참다운 영어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 저효율의 영어교육으로는 보다 많은 인재들의 세계무대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마다 각종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해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영어능력 수준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이에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영어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나 스위스, 싱가포르의 공통점은 모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FTA 효과를 말로만 성찬하기엔 이르다. FTA를 국익으로 연결시키려면 우리 사회가 개방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언어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길을 물을 수 있고, 손쉽게 안내받을 수 있는 언어 여건이 조성되야 한다. 외국인들이 공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출국하는 날까지 영어사용으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럴려면 지금과 같은 교육체계로는 불가능하다.

특목고 규제나 3불정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수준으로의 교육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막대한 재정부담이나 이익집단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그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그렇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였지만 국가수준에서 일본을 세계 2위로 대접해주는 나라는 별로 없다. 일본이 평화와 인권, 환경과 같은 세계 보편의 가치와 경제대국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해서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영어의 상용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본다.

우리에게 영어는 더 이상 외국어로 존재해선 안된다. 이제 영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구사할 줄 아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의 재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영어교육의 일반화가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외국 교육기관과 기업체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더라도, 그들이 언어장벽 때문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선진화는 환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FTA의 장밋빛 미래만 바라볼 뿐 그 여정의 일부인 영어 사용인구의 저변확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구나 교육당국과 위정자들의 무관심에 가까운 무대책에는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우리 모두의 맹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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