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고]잔인한 ‘장애인의 달’ 희망 꿈꾸며…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 장애인교육법 통과돼야

 

4월은 장애인의 달이자 장애인에게 잔인한 달이다. 1년 내내 시설과 집안에 머물던 장애인이 사회의 관심을 받는 달인데 왜 잔인한 달이란 말인가?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4월은 잔인한 달’은 T.S 엘리엇의 장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주었다.’

이 시 너머로 장애인들의 삶과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생각해 본다. 장애인의 권리를 모르던 때, 장애를 숙명으로 인식하고 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사회의 구조적인 차별의 벽을 깨뜨리기 위해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설 때는 왜 4월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까? 변화를 꾀하며 힘을 분출하는 일은 그만큼의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경사스러운 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 교육이다.

이번 4월에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절반이 초등학교 이하 학력이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를 장애인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장애가 발견된 이후 장애인, 부모와 가족이 겪어야 할 험로는 교육환경의 부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과도 같다.

2006년 5월 국회에 제출한 장애인 교육지원법(최순영의원 대표발의)의 핵심은 4가지이다. 첫째 출생에서 학령기, 대학,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로 공적인 교육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특수교육, 직업교육, 치료서비스, 가족지원 등 교육과 관련서비스가 무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셋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교육받을 수 있도록 부분통합이 아닌 완전통합교육시스템이 구비되어야 한다. 넷째 장애당사자와 학부모 등 교육주체의 참여와 권리구제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장애인교육지원법은 당사자들의 의견이 매우 충실하게 반영된 법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장애인들을 학교에서 거리에서 자주 볼 기회가 없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있기 전에 장애인에 대한 무지가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과 어울리고 공부하고 친구가 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장애인교육지원법이 국회 교육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지난 3월26일부터 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들은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전례없이 많은 229명의 국회의원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공동발의하였고 정부나 국회의원이 모두 장애인교육의 열악한 현실을 동감하기 때문에 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4월11일에는 장애인교육에 관심이 높은 한라라당 나경원, 열린우리당 이미경, 민주당 손봉숙의원과 함께 법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정당별로 법제정을 위해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사학법 재개정, 대통령 개헌 발의 등 안좋은 변수가 많이 노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안심해서는 안된다. 행여나 이번 달을 넘기면 장애인교육지원법은 18대 국회를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4월에는 ‘죽은 땅에 라일락을 키우는 잔인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