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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조승희 사건 통해 본 韓·美 문화적 차이

미국 개인책임 관점 한국 美문화 이해 부족
양국관계 우려 보다는 문제의 본질 파악 해야

 

요 며칠 국내 모든 소식을 묻고, 국민들 시선을 사로잡은 사건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이었다. 특히 사건 당사자가 한국 출신 영주권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사건 과정에 대한 반응과 결과 처리에 대한 의견까지 국내 반응이 참 흥미롭다.

 

제일 처음 나타난 반응은 재미 한국인에 대한 보복 테러 위험성에 관한 반응이었고, 다음으로는 물론 몇몇 언론과 친미주의자들의 반응이었지만 은혜의 나라(아버지의 나라) 국민을 살상했다는데 국가차원에서 사죄를 해야 한다는 사대주의적 반응이다.

 

그런데 미국 언론과 미국민 반응은 어떤가? 사건 당사자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 보다는 총기문제와 왜 그가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되었나하는 점에 대한 분석, 그리고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간 그를 알아차리고 돕지 못한 미국 사회의 단절과 소통부재, 그리고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처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두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두 국가의 문화적 차이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문화적 차이는 학자마다 다르게 분류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 분류로는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로 나눈다. 한국이 집단주의 문화권 국가라면 미국은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집단주의 문화 특징은 개인 간 경계선이 불분명하고 타인 중심적이며,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고 관계를 고려하며 넘치는 인정주의가 특징이다. 반면 개인주의는 보다 중요한 가치가 개인을 존중하는데 있어 개성을 중시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며 정서 표출을 강조한다.

또한 비록 가족 간이라도 개인의 경계선이 분명하여 서로 침해하지 않지만, 행동에 대한 책임도 개인이 지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문제발생에서도 객관적 사실에 중심을 두고 판단, 결정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이번 사건에도 반영되어 국민적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우월을 감히 논할 수는 없지만 흐름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반면 서구사회는 개인주의 문화 폐해로 심각한 인간 소외와 가족 해체를 경험하면서 다시 집단주의 문화에로의 회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있다. 대선 과정에 가족 문제가 자주 논의된 것이 그 증거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이 두 문화의 충돌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가장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가정이다.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부모와 개인주의 문화에 충실한 자녀는 크고 작은 가족이 처한 현실은 물론, 자녀들의 작은 행동거지에도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부부간에도 문화적 차이는 해결하기 힘든 부부갈등의 원인이 된다. 크게는 보수와 진보 논쟁도, 한국사회의 전망에서도 이 문화적 차이는 각각 다른 전망을 내 놓으면서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들 속에 은연중 자리잡은 미국에 대한 열등감이다. 언론보도 과정에서도 이런 면은 그대로 나타난다. 현재 미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들이 살아오면서 익숙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보는 것이다. 즉 개인행동에 대해서는 개인책임이라는 다분히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마치 미국인들은 성숙하고 합리적이고 이해심이 한없이 많아서 재미 한국인을 소외시키거나 한국인 전체를 매도하지 않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그 속에는 반대로 우리국민은 열등 성향을 가져 재미 한국인의 삶에 대한 우려와 한미관계를 우려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출발되었다고 생각된다. 냉정히 보자면 조승희사건은 미국인의 문제이다. 그는 한국에서 겨우 8년을 살았지만, 그 두배에 달하는 15년간을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조승희씨처럼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이다. 그가 어느나라 출신인지가 왜 중요한가? 한국인 출신 판사가 임용되었다고 해도 한국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조승희씨 사건도 한국 출신이라는 점 외 우리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는 사건이다.

 

더욱이 정부가 사죄를 한다던지 춧불 집회를 통해 우리국민의 사죄 심정을 보여준다는 것은 실로 지나친 오버다. 오히려 촛불 집회는 전세계에 비폭력 문화 확산을 위한 집회이어야 한다. 또한 인간 소외 극복 방안 마련과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논의하는 집회이어야 한다.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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