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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덴마크 출신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거장이다. 주요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통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종교적 실존방식을 탐구한 그는 자신을 ‘줄 사이에 거꾸로 박힌 활자’로 비유하기도 했다. 참으로 고독하고 변칙적이며 절망을 안겨주는 ‘거꾸로 박힌 활자’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갈등과 좌절을 겪는 현대인의 비극을 상징한다. 고독한 인간은 자신을 학대하거나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인이 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는 겉으로만 보면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그는 스승 그리스도와는 또 달리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순교함으로써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산보다 더 높게 쌓은 죄악 때문에 멸망할 수 있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상에 못 박힌 채 숨진 후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로서 참혹한 죽음을 맞았지만 진리를 증거한 순교자 베드로의 삶은 결코 고독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영광의 길이었다.

그러나 버지니아공대 캠퍼스에서 무고한 교수와 학생들을 학살한 조승희는 미국사회에서 심각한 외톨이 신세로 일관했으며 이점이 끔찍한 범죄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대중매체와 학자들이 분석하고 있다. 어떤 환경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외톨이, 고독을 자포자기로 이끄는 이상 성격의 인간들은 자살하거나 다른 사람을 살해하기도 한다. 조승희의 행위는 외톨이의 울분을 파괴적으로 터뜨린 심한 정신질환의 영역에 속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2005년 인문계 고교생을 대상으로 ‘은둔형 부적응 청소년’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위험군(등교 거부, 친구가 없거나 1명 등)은 전체의 0.3%인 5천∼6천명선, 위험군은 전체의 2.3%인 약 4만 명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외톨이 청소년들이 이렇게 많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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