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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8>

히말라야의 동반자 어린 세르파의 꿈… 에베레스트 길목마을 ‘남체’

 

람바부가 짐꾼(포터)을 구해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구할 지 걱정이었는데,
고마운 일이다.
길가다 포터 구한다고
소리만 질러도,
밭에서 일하던 사람까지
괭이를 집어 던지고 온다고
걱정 말라던 사람이 있었다.
과장되긴 해도 잘 표현한 말이다.

 

 

 

◆히말라야의 길잡이, 세르파

돈을 만질 일 없는 산간의 사람들에게 외국인이 하루 일당으로 주는 돈은 엄청난 것이다. 네팔에서 거의 유일한 외화수입원이 배낭여행객을 상대하는 일이고, 여행객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데다가 쓰는 돈도 많기 때문이다. 롯지를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녀를 카트만두의 학교에서 교육시키고, 별도의 집도 두고 있다. 여행객이 적은 겨울에는 카트만두에 나가 살기도 한다. 세르파를 해서 돈을 번 사람들은 롯지를 차리고, 포터를 하며 돈을 모으는 이들의 꿈도 그렇다.

포터의 일당은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300~500루피(1루피=17원) 정도이고, 나머지 지역에선 이보다 싸다. 영어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일당이 많이 차이 난다. 나의 경우는 남체까지 와서 늦게 구하는 바람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은 일당을 주게 되었다. 세르파의 경우 가벼운 짐꾼과 길잡이, 보호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800루피 이상이며, 수준에 따라 1천루피를 넘기도 한다. 모두 영어도 잘한다.

 

 

산길 안내자로 뜻이 굳은 세르파는 원래 히말라야의 산악종족을 말한다. 남체를 중심으로 쿰부(에베레스트)지역 산간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고산에 살면서 히말라야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히말라야를 등정하려는 사람들이 지리에 익숙한 세르파를 길잡이로 고용하면서 고산에 사는 사람들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제는 고산 등정이 아니라도 히말라야 여행길에 오른 사람이라면 험준한 산길 안내를 위해서나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세르파와 함께하는 일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티벳 사람과 한 핏줄이라고 하고, 네팔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힌두교인데 반해 티벳계 소승불교(라마불교)를 믿는다. 산길 여기저기에는 돌에 경전을 새겨 넣은 마니석을 볼 수 있고, 경전을 써 넣은 천을 줄에 매달아 나부끼게 한 타루쵸(깃발 하나를 ‘룽타(風馬)’라고 함)를 쉽게 만난다.

 

그 외 물레방아에도 경전을 새겨 마니차처럼 돌아가게 한 것이나, 절간의 일주문 같은 것을 만들어 둔 것 하며, 승려들과 암자 격인 곰파, 불탑인 스투파도 오르는 길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다. 마니차는 경전의 문구를 써 놓은 원통으로, 아이들 장난감처럼 들고 다니며 뱅뱅 돌리도록 되어 있다. 문맹이 많아 이런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도시의 불교사원에도 걸어가며 손으로 돌릴 수 있도록 커다란 마니차들이 늘어서 있다.

 

 

◆남체 바자르를 떠나며

남체 바자르, 내가 스무 살 무렵부터 알았던 곳이다. 산악잡지를 통해 사진을 보았고,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산악인들의 기행문에서 읽었고, 산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곳이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러가는 산악인들이 반드시 지나가야하는 마을, 남체에는 토요일 오전에 장이 선다. 멀리 북쪽의 티벳에서 상인들이 오고, 남쪽의 인도에서도 장날에 맞춰 사람들이 모인다. 전통적인 야크 버터와 야크 치즈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소용될 물품들이 좁은 골목과 계단식 장터를 따라 늘어선 상인들의 손에서 조촐하게 거래된다.

 

커다란 보따리에서 풀어낸 운동화 꾸러미와 도시의 공장에서 만들었을 티셔츠도 있다. 장날 세르파 족의 중심지, 남체에는 히말라야 산간 여기저기에 흩어진 사람들이 모인다. 운동화 한 켤레를 사러 며칠씩 걸어오기도 한다. 과거 속에 묻혔지만 섬진강변의 화개장터도 지리산 화전민들이 모이고 떠돌이 보부상, 뱃길을 따라 온 어민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실크로드가 동서문화를 연결했다면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했고 남체 바자르는 인도, 네팔, 티벳을 연결하고 있다.

 

 

여느 시골 장터처럼 초라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장날의 모습을 잠시 구경한 뒤, 오늘 목표인 디보체를 향해 출발했다. 오전 8시에 세르파 람바부가 구해준 포터 비까슈크라이를 만나 짐을 건넸기에 망정이지 도저히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 500루피를 주기로 했고, 선불로 2천루피를 주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포터들은 선불로 받은 돈을 자기 식비로 쓰고 밤에 끼리끼리 모여 뚱바를 마시거나, 도박도 한다고 한다. 뚱바는 전통발효주인데 뜨거운 물을 부어 가면서 대롱으로 빨아서 마신다. 모양새는 우리의 좁쌀 막걸리나 동동주와 비슷하다.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고쿄호수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줄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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