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세상과의 교통’
돈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세상과의 교통’
  • 윤철원 기자
  • 승인 2007.04.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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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총행복지수를 높이자-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30% 이상이 일상생활 수행에 있어 신체적 제한을 느끼고 있으며, 도내 장애인은 이미 38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적어도 네 집 걸러 한 집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이 함께 살고 있음을 뜻한다. 거동이 불편한 우리들의 할머니·할아버지, 형제·자매들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가정은 화목해질 수 있다.

이처럼 한 가정의, 더 나아가 이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간단체가 있다. 그곳이 바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ATRAC)는 재활보조기구의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 및 연구를 목적으로 지난 2004년 4월 경기도장애인복지관 3층에 문을 열었다. 센터는 도내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를 무상으로 대여·지원함으로써 그들에게 삶의 편리함과 사회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2천500여명의 노인과 장애인이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상담 및 평가서비스를 받았으며 이들 중 240여명은 보조기구를 대여·지원받아 가족이나 타인에게 의존해야만 했던 일상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이들은 생활의 활력을 되찾았으며 제 2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진행성 근육장애 ‘단차해소용 리프트’로 자유
▶ 홀로서기Ⅰ-행복한 외출

파주시 금촌동에 살고 있는 김기화(65) 할아버지.

걷는데 큰 불편이 없던 그가 진행성 근육 장애로 최근 몇년 사이 휠체어도 혼자 타고 내릴 수 없게 됐다. 그런 그에게 외출은 수행하기 힘든 ‘미션’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센터로부터 ‘단차해소용 리프트’를 대여받은 뒤 그의 외출은 즐겁다.

김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두번 나갈까 말까 했는데 이젠 매일 외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전동휠체어를)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어 가고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며 행복감을 여과없이 쏫아냈다.

또 방문 간호사가 찾아와야 비로소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던 그가 요즘은 직접 보건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보건소에서는 여러 기구들을 이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며 “집안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나갈 수 있는 자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며

최근 그는 ‘발판접이식 휠체어’를 시에 신청했다. 일하고 들어오는 아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기 위해.

30년 세상과 단절 ‘트랙볼 마우스’로 소통
▶ 홀로서기Ⅱ-정보의 바다

파주시 교화읍에 살고 있는 한동일(32)씨는 중증의 지체장애로 30년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해 왔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세치 ‘혀’가 전부.

그의 일상은 혀로 볼을 움직여 리모컨을 조작해 TV를 보는 게 다였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센터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그는 눈 깜박임으로 ‘센터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가까스로 부모에게 알려 센터를 찾게 됐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혀밖에 없었던 그에게 센터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센터 연구원들은 고심끝에 그에게 ‘트랙볼 마우스’라는 컴퓨터 보조기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구는 한씨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한씨가 이 기구를 사용해 30여분만에 처음으로 쓴 문장은 ‘참 좋다’였다. 하지만 이제는 센터 연구원들과 체팅을 하는 등 가족들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휠체어 자전거로 11년만에 가족과 함께 외출
▶ 홀로서기Ⅲ-가족과 레져를

시흥시 장현동에 사는 안강일(41)씨. 그는 교통사고 이후 11년만에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같이 나갈 수 없었다”며 안타까운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요즘 안씨는 센터에서 대여받은 휠체어 자전거를 타고 딸과 함께 하는 하이킹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안씨는 “휠체어자전거지만 일반 자전거를 타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었다며 “이젠 기초보조기구를 넘어 레져형식의 보조기구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자립 의지 국가 예산절감 효과 센터 설립 노력해야
日 160개 넘은 상설전시장 우리나라 전국 단 한곳 뿐


▲ 오도영 재활센터 연구실장
“재활보조기구를 활용함으로써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자아 존중감을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며, 또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25일 센터의 오도영(40) 연구실장은 재활보조공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처럼 강조했다.

“연금이나 수당을 많이 지급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립생활을 영위할 때 인간다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

오 실장은 보조공학이야말로 그들에게 진정한 독립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그는 장애인이 보조기구를 통해 재활에 성공하고 직업을 갖게 되면, 연금이나 수당으로 지불되는 비용보다 최소 6배에서 많으면 20배 이상의 세금이 걷히게 된다고 말했다. 보조공학은 장애인에겐 자립생활을, 국가로서는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 복지국가에 비해 열악하고 후진적인 국내 복지 체제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야기했다.

일본은 전국에 160개가 넘는 보조기구 상설 전시장이 있고, 보조기구를 대여해주는 곳은 8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노약자, 장애인들은 보조기구의 도움이 필요하면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약자, 장애인들이 보조기구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단 한 곳, 센터밖에 없다.

오 실장은 “센터조차 버스노선이 2∼3개밖에 없는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들 가까운 곳에 센터같은 단체가 많이 생겨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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