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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북한의 독특한 접두사는 소리글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예컨대 ‘덧’은 ‘거듭’이란 뜻으로 덧글씨, 덧손실을, ‘맞’은 ‘마주’란 뜻으로 맞그네를, ‘외’는 ‘홀로’란 뜻으로 외그루, 외기둥을, ‘먹’은 ‘검은’이란 뜻으로 먹바지, 먹방(캄캄한 방)을, ‘잔’은 ‘작은’이란 뜻으로 잔메, 잔도랑을, ‘된’은 몹시 심한‘이란 뜻으로 된겁(몹시 놀라거나 혼이 나는 일), 된걱정(무겁고 큰 걱정) 등 여러 가지 합성어를 만들어낸다.

평북 용천 출신의 종교인 함석헌 옹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 32항 해방편에서 “기독교가 태평양의 물결을 끊으며, 압록강의 얼음을 밟으며, 노량진 새남터에 서리 같은 칼날을 받으며 이 고난의 역사가 그 가장 된고비에 들 무렵에 건너온 것은 민중을 건지는 새 윤리와 새 정신의 종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라고 썼을 때 많은 독자들은 사전을 들춰보고서야 ‘된고비’가 몹시 심한 고비란 뜻임을 알았다.

4월 3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민화합을 위한 기원 대법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분위기 참 좋다. 입이 째지려고 한다”고 운을 뗀 후 “앞으로 자신 있다. 된고비는 넘어간 것 같다”고 기쁜 심경을 밝혔다. 마침 이 행사 직전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노대통령은 2월 말 정 전 총장에 대해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된고비란 고건 전 서울시장에 이어 정 전 총장까지 낙마함으로써 대선 구도와 관련된 노대통령의 어떤 구상에 장애물이 착착 거둬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편 대권의 유력한 주자를 2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4.25재보선 패배의 책임문제로 심각한 내홍에 직면에 있는 상황에서 경상도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접두사인 ‘된고비’라는 표현을 구사하면서 “앞으로 자신 있다”고 거침없이 피력한 사실은 여권에는 밝은 기운이, 야권에는 어두운 기운이 조성되고 있음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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