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0>

그곳에 山이 있어 나는, 山에 오른다… 고행의 길 ‘에베레스트’

 

* 괜스런 후회로 걱정만 쌓인다.

몸이 가볍지 않아서일까. 고추장 안 가져 온 것까지 후회가 되고, 쓸데없는 걱정들만 겹겹이 쌓인다. 오기 전부터 준비하고 나름대로 갖추었지만 여러 모로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부질없이 든다. 오리털 침낭과 날진 수통을 갖고 오지 않은 것도 후회스럽다.

 

카트만두에서 오리털 파카를 장만했지만 입고 자기엔 불편하고, 침낭이 되레 나을 뻔 했다. 수통도 부피 걱정에 두고 왔는데, 밤에 뜨거운 물을 담아 이불 속을 보온하거나, 주문한 따뜻한 물(따또빠니, 찬 물-치소빠니)을 밤새 마시거나 아침에 양치하는데 쓸 수 있었는데 후회막심이다.

 

군용으로도 쓰이던 날진 수통은 플라스틱인데 덮개를 씌우면 냉온을 유지할 수 있고, 밀폐되어 음식물을 담기에도 좋다. 포터도 카트만두나 루클라에서 영어 가능한 사람을 구했어야 했는데, 뒤늦게야 구하는 바람에 남체까지 체력을 낭비한 것도 잘못한 일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여럿이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은 네팔인 요리사를 데리고 다니며 자기네 음식을 해 먹기도 한다. 간혹 본 우리나라 사람도 고추장에 짠지라도 갖고 있는 걸 보면서 트레킹은 등산이 아니고, 여행은 준비가 우선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면서 하루 이틀 힘든 경우와는 달리 벼르고 별러 찾아오는 히말라야에서는 10여 일간 산길을 걸어야 한다. 산소가 부족하고 체력소모가 많고, 체력소모가 고산증세를 가중시킨다. 간혹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게중에는 최종 목적지인 칼라파타르를 오르다 탈진, 호흡곤란 혹은 추위로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무모하게 오르다 고산증세가 심해져 들 것에 실려 하산하거나 폐수종(폐에 물이 차는 것-심한 고산병으로 서두르지 않으면 사망)으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누군가 들 것에 실려 진료소(에베레스트에서 유일한 곳)로 오는 걸 보니 고산병으로 쓰러진 모양이다.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초모롱마(티벳 이름)) 국립공원(세계의 자연유산) 지역에서는 페리체에 유일하게 고산병 감압기(고산병 걸린 사람이 들어가는 기압조절용 산소탱크)가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다 쓰러져도 이곳까지 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리라도 다치면 누가 날 여기까지 데려와 줄까.’

* 눈앞이 흐려진다.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 어제부터 실없는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외로움과 힘겨움 때문인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창피하게시리 눈앞이 흐려지기만 한다. 하루를 더 쉬자. 오스트레일리아 친구들은 고도적응을 위해 추쿵으로 떠나고 나만 남았다.

 

지난밤에도 호흡곤란으로 잠을 자지 못했다. 고산이라 산소가 부족한데, 밤에는 기압이 더 낮아진다. 목 깊은 곳에서 숨을 몰아 올리는 일이 잦다. 구름이 이리저리 떠다니면서 눈앞에 눈 덮인 바위산, 아마다블람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사흘 밤만 버티자, 에베레스트만 얼른 보고 돌아가자. 그래도 눈물이 난다. 갖고 온 정든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더 그렇다. ‘제기랄, 집어치고 그냥 내려가자.’ 두시가 채 안되어 안개가 마을을 덮쳤다. 계란볶음밥을 먹고 뜨거운 물을 담아 방으로 돌아왔다.

 

밖은 거무튀튀하고 자욱한 안개 사이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제 핫팩을 어떻게 쓰는 지 알 것 같다. 며칠 동안 방법을 알 수 없어 속상했는데, 후끈하고 열기가 오래가는 것이 매일 밤 하나씩 털모자 속에 넣고 자야겠다.

오전에 오스트레일리아인이 나에게 “아 유 고잉 터 다이?”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내 귀에는 ‘터 다이(To Die)’만 크게 들려 순간 긴장하면서 되물었다.

 

“무슨 말이야?(What means?)” 그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하게 “아 유 고잉 터 다이?”, 한동안 당황스럽게 얼굴만 바라보았다. ‘저 자식이 재수 없게 죽으러 가냐고 묻는 이유가 뭐지? 힘들어 죽겠는데 누구 놀리나?’ 한참을 생각해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해냈다. “오늘 올라갈거냐고(Are you going today)?” 나중에 안 거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선 투데이(Today)를 ‘투다이(To Die)’로 발음한다.

 

영어 문화권에서도 나라마다 발음이 전혀 다른 경우가 있어 짧은 영어 솜씨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참 지난 뒤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다온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영어 짧은 유학생 하나가 방을 구하러 다니는데, 가는 곳 마다 ‘투다이(To Die)’라고 해서 황당해하며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다.

 

 

“오늘 이상하게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었나 봐요. 다니는 곳 마다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방을 못 구했어요.”

벼르고 별러 찾아오는 히말라야에서는 10여 일간 산길을 걸어야 한다.

산소 부족과 체력소모는 고산증세를 가중시킨다… 마음을 진정시켜야 겠다.

외로움과 힘겨움 때문인지, 창피하게시리 눈앞이 흐려지기만 한다.

* 뒷골이 너무 아파… 고산병 아닐까?

보통 해발 2천800m이상에서 산소 부족으로 발생한다. 산소량이 해발 3천m에서 65%, 5천m에서 50%, 에베레스트 정상인 8천850m에서 30%로 줄어드는데, 갑자기 올라가면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 병이 된다. 성급하게 굴고 자기 몸을 너무 믿다가는 헬리콥터 신세질지도 모른다.

 

가벼운 증상- 두통: 저녁에 찾아와 항상 밤에는 더 심해진다. 현기증(가벼운), 식욕부진 또는 불쾌감, 수면시간증가, 생생하고 거친 꿈. 고통스러운 기침 또는 소변량 변화, 메스꺼움, 순간적이고 짧은 호흡곤란.

조금 심한 증상- 두통이 심해진다. 정신이 흐려지거나, 졸음이 오고 흥분상태가 된다.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감각에 이상이 생긴다. 히말라야에서는 설사와 목이 아픈 것 외 모든 것이 고산병일 수 있다. 탈수로 인해 두통이 생겼다면 계속 올라가도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만일 고산병 때문이라면 결과는 드물게 매우 심각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먹은 후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하루 쉬든지 내려가라. 증상이 사라졌다면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라. 추위를 막고 물을 자주 마시고 영양을 보충하라.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