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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11>-임만혁의 예술세계

 

바다가 그려 낸 푸른 감성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어느 나라나 예술문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이나 환경적인 특성 등에 애착을 갖고 지방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몇몇 있다.

 

 

 

 

젊은 작가 임만혁은 작가가 그리 많지 않은 고향 주문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며칠 전 일요일 오후에 그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다. 때가 꽃 피는 봄인지라 상춘객들의 행렬이 많을 것이란 예상대로 강원도로 가는 길은 조금 막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바다를 좋아하는 필자이기에 주문진으로 가는 길이 피곤하지만은 않았다. 주문진에 도착하자 즐비한 횟집들이 눈에 들어오고, 비릿하고 짭조름한 갯내가 후각을 자극했다.

임만혁의 작업실은 삼십여 평쯤 되어 보이는 아파트였다. 한쪽 벽면에 놓여있는 아직 미완성인가 싶은 덜렁 큰 작품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큰 작품이어서인지 평소 보아왔던 작품에 비해 터프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작가의 개성이 느껴졌다. 본래 작가의 그림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 그림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왔던 때문인 듯하다.

언젠가 임만혁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독특한 형태의 인물들이 인상적이었다. 한국화이면서도 어딘지 서양화적인 냄새가 났으며, 그 나름의 독특함을 지닌 그림이라고 생각되었다. 본래 임만혁은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이다. 요즈음엔 한국화를 그리던 작가들도 돈이 더 된다고 판단되는 서양화로 진로를 바꾸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는 대학원 과정 중에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그림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국화는 서양화와는 달리 우선 깊이가 있어요.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림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 대해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과감하게 동양적인 재료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동양화의 정신에 입각하여 조선시대 대가들의 그림을 샅샅이 연구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홍도나 신윤복 등은 한복을 입은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에 맞게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옷을 표현하거나 느낌을 주는 것 자체가 당시의 생활상에 맞는 선묘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임만혁은 어떻게 하면 현대인의 옷맵시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옷이 헐렁하고 펑퍼짐하였기에 강약이 강한 선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현대인의 옷은 간단하고 샤프한 양복이나 양장이 많기 때문이죠. 선배들이 사용했던 선묘법으로는 현대인의 옷맵시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런 생각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고, 지금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선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임만혁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현대인의 심리와 체형으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작품의 소재를 위하여 해변이든 어시장이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찰하였다. 그는 좀 더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늘 망원경을 휴대하고 다닌다. 그 때문에 한여름의 해변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거듭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그에게 있어 사람의 모습은 늘 중요한 소재거리였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인물에 대해 더욱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 하나를 그리더라도 단순한 얼굴이 아닌, 표정을 담은 얼굴을 그려야겠어. 서양식의 미인에 걸맞은 비례가 아니어도 좋아. 얼굴이 좀 크면 어때.”

임만혁은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그림’보다는 현실을 안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였다. 몸의 체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인의 활동력과 날카로움, 다이어트 등 과거의 사람들과는 분명히 다른,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다고 여겼다. 고뇌에 차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성형 수술로 몸을 혹사하는 현대인에게 맞는 체형은 비쩍 마른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눈을 크게 그리며, 더 많은 생각과 표정, 감정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임만혁의 그림에는 날카로운 선들과 비쩍 마른 사람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은 회화성이 있고 항상 순간 진행형이다. 마치 풍부함과 감수성을 지닌 문학소녀처럼 말이다.

 

주문진에 살기 때문인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의 그림은 남다른 구상력을 지니고 있다. 대각선으로 가로질러진 시멘트 방파제는 작가의 날카로운 선묘와 더불어 공간 구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적절한 변화와 함께, 짠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바다 바람을 묘사한 가녀리면서도 예리한 선들로 화면 안이 넘실거린다.

화면에 등장하는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의 모습은 마치 세월을 낚는 인간의 내면이 담겨 있는 것처럼 덤덤해 보인다. 종이배처럼 떠있는 조그만 조각배들과 바람에 흩날리는 한 여인의 머리카락은 임만혁만의 독특한 회화적 수법으로 인상적이다.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내들의 시선과 행동이 자못 진지하다. 그들의 행동과 표정은 무언가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단숨에 소화해낸 듯하다. 멀리서 창문을 열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이를 바라보는 한 소녀의 모습은 인간의 내면을 심리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꼬리를 살짝 추켜세운 바다 갈매기의 모습 역시 예리한 선묘이지만 이 시대의 갈매기임이 분명하다.

“바다가 고향이기도 하고, 바닷가에 흥미로운 그림 소재가 즐비해요. 서울의 생활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바다도 보고 그물질을 하는 사람도 내게는 볼거리입니다. 낚시도 하러 가고…. 이게 사람들이 숨 쉬는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돼요.”

임만혁은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가 만들어낸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그는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을 쉼 없이 그릴 것이다.

최근 그의 작품들에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형상화 되어 있다. 어김없이 날카로운 선묘와 마른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다. 많은 이야기꺼리를 담은 커다란 눈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자신을 관계 속에서 확인시켜주는 주변의 인물들 역시 그러하다. 필자에게 임만혁의 그림은 꾸밈없는 우리들의 삶의 넋두리로 여겨진다.

 

필자는 그의 평소 그림 그리는 수법을 보고 싶었다. ‘이처럼 말라 비틀어진 인간의 형태가 순간적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되었다. 작가의 삽화가 있는 책에 간단한 그림을 하나 그려 보도록 요청하였다.

그가 책에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도 역시나 날카로운 선묘로 이루어진 비쩍 마른 소녀의 얼굴이었다. 임만혁의 사람 그리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렇게 변함없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장준석(미술평론가)

*약 력
1968 강릉출생
1994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1999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 전공)

*수 상
2000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동아일보주최)
2002 내일의 작가 선정( 성곡미술관 주최)

*활 동
개인전 3회 (성곡미술관, 박여숙화랑)
국제 및 국내아트페어 20회 참가
(쾰른,시카고,베이징,멜버른,베로나,마이애미,KIAF.화랑미술제)
2007 가족보듬기 Family Fun展 (광주시립미술관,광주)
한국화1953-2007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개와 고양이이야기展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06 Magic Garden展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지독한그리기展 (경기문화재단, 수원)
2005 시대의 초상, 일상의 울림展 (박수근미술관, 양구)
2004 LIFE-LANDSCAPE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치유의 이미지들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03 동양화파라디소 (포스코미술관, 서울)
2001 한국현대미술 신세대흐름전-이야기그림(문예진흥원미술회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성곡미술관. 한국민속촌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미술은행. S.C Johnson & Son Co Collection(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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