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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전철 사업, 철저한 타당성 조사 선행돼야

지자체 앞다퉈 도입 논란 공적에 눈먼 전시행정
수익성 민자사업 추진 환경·미관 저해 불보듯

 

수도권 전역에 걸쳐 경(량)전철 도입에 따른 논란들이 한창이다.

서울경전철로는 우이-신설ㆍ청량리-신내ㆍ상계-왕십리ㆍ난곡ㆍ관악ㆍ여의도ㆍ신월ㆍ화곡 노선 등이, 인천경전철로는 인천국제공항내 자동여객수송시스템을 비롯하여 계산-경서ㆍ대우타운-연수ㆍ월미도ㆍ인천대공원 노선 등이, 경기경전철로는 용인을 필두로 의정부ㆍ광명ㆍ하남ㆍ김포ㆍ성남ㆍ수원ㆍ고양ㆍ파주ㆍ의왕ㆍ남양주ㆍ안산ㆍ평택ㆍ안양ㆍ부천ㆍ시흥 노선 등이 각각 구상 단계부터 설계 및 시공 단계까지 현재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경전철 도입이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약하자면 지하철과 보통 버스의 중간 정도의 수송능력을 갖고 있는 경전철이 여타 운송 수단에 비해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그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도권 난개발에 따른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경전철 도입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전철 도입 검토가 정말로 그 모두 바람직하기만 할까?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김해경전철)을 예로 살펴보자.

이 사업은 교통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무회의에서 정부시범사업으로 추진하기로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원래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사업비 7천742억원(2000년 1월 불변가격 기준, 민간투자 4천819억원, 정부 1천461억원, 부산·김해시 각 731억원)을 투입하여 부산시에서 김해시까지 23.5km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동사용 합의사항 협의, 환경영향평가, 사업시행자의 차량시스템 변경승인 신청과 이에 대한 평가 작업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었다. 게다가 사업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2004년도 예산 전액(276억7천700만원)이 불용됐고 2005년도 예산액 308억원도 전혀 집행되지 못했다. 이로써 본 사업의 예산액도 계속 늘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업비는 9천500억원, 경상비는 1조4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이 사업과 관련해 ‘교통수요 과다예측, 재정부담 과다, 도시미관 저해 등 문제가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낸 바도 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경전철 사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밀한 검토가 수반되어야 하겠는가를 확연하게 깨우칠 수 있다. 하지만 주안점은 그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근원적 문제의 핵심은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전철 사업을 자신의 공적(功績)으로 치부하기 위해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데만 몰두하고, 정작 그 사업의 적합성 여부를 분석하는 일에는 등한시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경전철 사업이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됨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해서 우리는 지금도 ‘고비용 고부담 저효율’로 대변되는 그릇된 민자사업의 현장들을 적지 않게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전시행정으로 말미암아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은 물론 우리 후손들에게까지도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떠넘겨지게 될 곳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으로는 교통문제 해소 못지않게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 수호 의지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생활환경은 곧 그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요 삶의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전철 사업이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에 있다. 그러기에 수익성 확보가 우선시되고, 노선은 당연 인구 밀집 지역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해당 지역의 생활환경과 도시미관은 크게 훼손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상황이 그러할진대 어찌 이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경전철 사업은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사회 인프라적 사업이다. 그런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 시행의 적합성 여부 판단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여론을 수렴함에 있어서도 최대한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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