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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는 전설에 속하지만 유명한 일화를 많이 남기고 있다. 삼황은 수인씨, 복희씨, 신농씨를 말하고 오제는 황제, 전욱, 제곡, 요, 순을 가리킨다. 삼황오제시대, 특히 요순시대는 태평성대 또는 무사태평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자유, 평화, 풍요, 행복 등의 대명사로 불린다. 서민들은 살기가 좋으니 군주가 누구며, 통치가 무엇인지 알 필요조차 없었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만만디(慢慢的)’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인의 기질이 여지없이 발휘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쯤 중국 옌타이 동남쪽 38마일 해상에서 제주 선적 3천800t급 화물선 골든로즈호가 중국 국적 4822t 화물선 진성(金盛)호와 충돌한 후 침몰해 골든로즈호 선원 16명이 실종됐다. 진성호는 해상 충돌 때는 최우선적으로 인명구조 활동을 하도록 유엔 해양법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롄항에 입항한 뒤 사고 발생 8시간 35분 후에야 사고를 신고했다.

한편 국토가 ‘메뚜기 이마보다 좁은’(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 우리나라의 해양경찰청 상황실이 12일 오후 8시11분 청와대, 총리실,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국정원, 해군 등 정부기관과 군 등 29곳에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에 대한 팩스를 보냈다. 어느 기관의 누구도 해경에 자세한 문의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외교부 당직자는 밤 11시30분에야 해경의 팩스를 확인했다.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과로 화물선 침몰을 통보하고 사고가 난지 21시간 40분만에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그 무렵 바다에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휘몰아쳤지만 신고만 빨랐어도 일부 선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늑장경쟁을 벌인 중국과 한국 당국자들을 향해 분노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문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이 2천수백년 전에 성군들이 이룩했던 무사태평을 오도하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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