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국제법상의 영세 중립국의 지위를 보장받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자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구히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전쟁에 개입될 우려가 있는 동맹조약도 체결하지 않을 의무를 지는 동시에, 독립·영토보전 및 중립적 지위를 존중하고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다른 조약당사국으로부터 받고 있다. 해방 후 일본에 머물렀던 김삼규씨가 중립화 통일론을 선창하고, 6·25 전쟁 중 북한에 납치된 조소앙씨가 김일성 앞에서 남북한 중립화론을 역설한 바 있다.

박정희 정권이 1970년에 살벌하기 이를 데 없었던 유신독재를 감행하던 시절에는 야당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던 이철승씨가 ‘중도통합론’을 폈다. 그는 권력과 야당이 죽기 살기로 맞서 쌍방 간에 피해를 볼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며 정치하는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 현장에서 일리가 있었던 그의 담론은 권력과 밀착한 채 독재정권을 돕는 역할을 했다 하여 ‘사꾸라론’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유신시대에 민주화 운동에 가담하여 정론을 폈다는 이유로 한 때 강단에서 추방당했으며 ‘창작과 비평’이란 진보적 계간지를 이끌었던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씨가 지난 1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화협 등이 미국 LA에서 주최한 ‘6월항쟁 20주년기념 국제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자기쇄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보수야당과 단순한 양적 확대에 만족하는 급진 정파들의 대립은 87년 체제의 내리막길을 더욱 가파르게 한다”고 진단하고 “보혁을 아우른 변혁적 중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립국은 평화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국가의 발전과 세계 평화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중도 노선을 취하는 사람은 양극단으로 치닫는 세력들 간의 사활을 건 싸움에서 거중조정의 역할을 하거나 제3의 방안을 마련하여 양쪽을 설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립과 중도 노선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역사는 이러한 노선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평가를 사뭇 달리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