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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구호를 새긴 채 경기도 파주시의 비무장지대 옛 장단역 구내에 머리를 북으로 향한 채 꿈쩍 않고 서있던 녹이 다닥다닥 슨 철마 즉 증기기관 차 화통이 마침내 소원을 성취했다. 남북의 분단으로 철도의 왕래가 끊긴지 56년이 흐른 지난 17일 오전 11시 29분 문산역을 출발한 경의선 열차는 낮 12시18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으며, 오전 11시27분 북측 금강산역을 떠난 동해선 열차는 낮 12시21분 군사분계선을 지났다.

이로써 그토록 달리고 싶었던 철마는 새 기차에게 군사분계선을 뚫는 소임을 넘기고 자신은 임진각 보존처리장으로 옮겨져 소중한 유물로 남게 됐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철마의 화통 속으로 바람에 날린 씨앗 하나가 들어가 50년이 넘는 고독과 인고의 나날을 넘기고 이제는 도톰한 가지로 자라나 낡은 철을 뚫고 하늘로 삐쭉 나와 있는 나무가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분단의 세월 동안 버려진 철마 속에서 이렇게 무럭무럭 자란 나무가 있었던가.

남북은 열차 출발 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적 물류망을 형성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북측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도 “북과 남이 몰고 가는 통일의 기관차가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의 궤도를 따라 달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군사분계선을 모르는 잠자리와 새들이 남북한의 공중을 훨훨 넘나들고, 물고기들이 임진강을 오르내리는 동안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만은 군사분계선에 막혀 오갈 수 없었다. 아니 우리는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눈을 흘기며 반세기 이상을 보냈다. 분단의 사슬로 국토와 민족을 동강낸 우리 민족이 철마를 앞세워 통일의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얼싸안고 춤 출 날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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