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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여권은 각국이 여권을 소지한 여행자에 대하여 자기 나라 국민임을 증명하고 여행의 목적을 표시하여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편의와 보호에 대한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발급한 증명서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의 끝과 끝이 가까워지고 서민들까지도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이른바 지구촌 시대에 여권은 현대생활에서 필수품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권 발급 업무를 외교부 여권과에서 서울의 각 구청, 전국의 광역시와 도로 넘겼다.

그러나 여권 발급 기일이 늦어지고, 급행료 시비가 이는 등 여권 관련 민원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여권 발급 대행기관들은 발급 기간을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 이상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은근히 여권 발급 시간을 단축하는 경쟁을 벌였다. 즉 부산시는 2006년에 그 기간을 6-7일로, 울산시는 올해 3일로 줄였다. 이어서 서울 송파구는 "신청서 접수 10분, 심사 3분, 여권발급 3분, 판독 3분 등 총 29분이면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고 22일 밝혔다.

송파구청 여권과 근무 직원은 16명. 공익요원과 일용직을 합해도 31명이다. 이 숫자는 서울의 다른 구청의 경우와 비슷하다. 송파구청 여권과는 야근을 하면서까지 여권 발급 적체현상을 해소한 후 행정의 간소화를 실천하고 대국민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여권 즉시 발급제’라는 놀라운 신화를 창조해내고 있다.

빠른 것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여권 관계자들은 다른 대행기관들이 여행사들로부터 받는 '급행료'를 고려하여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들이 일을 느리고 복잡하게 처리하여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여행사들과 검은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렴치의 표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는 까닭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 말고도 이런 부패의 고리를 끊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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