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기자를 쫓아내면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권력과 언론은 불가원 불가근(不可遠 不可近) 즉 멀리 해서도 안 되고 가까이 해서도 안 되는 묘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 흔히 권력의 역사는 지배자의 역사로, 언론의 역사는 견제자의 역사로 특징지워진다. 권력을 칼에 비유하고 언론을 펜에 비유하여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서양 속담은 길게 보아서 언론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미국에서는 닉슨 대통령이 언론과 자주 충돌을 일으켰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지에 의해 ‘워터게이트사건’이 특종으로 보도되자 백안관이 개입한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점점 궁지에 몰려 탄핵 직전에 대통령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초에 민주화운동에 관한 기사를 활발하게 보도했던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광고를 탄압하고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앞장섰던 동사 소속 언론인 130여명을 회사가 해고한 대가로 광고를 풀어주었지만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각 부처에 분산된 브리핑실과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을 뼈대로 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것은 노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국정홍보처가 선도하여 마련했다. 다시 말하면 국민참여정부는 국정홍보처라는 전위기구를 통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눈을 부라리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는 기자들에게는 정부의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흑심(黑心)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계는 물론 정치계, 법조계, 시민운동단체들이 벌떼처럼 나서 이 조치를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정홍보처 폐지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도 정부 부처 내에서 기자들의 취재제한을 금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레임덕에 처한 이 정부가 언론 즉 국민을 너무 세게 조이려다 화를 자초할 수 있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