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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중국 명나라의 '대명률'은 능지처참(陵遲處斬)을 수레에 팔다리와 목을 매달아 찢어 죽이는 거열형(車裂刑)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신에 거열형을 가하는 것은 육시(戮屍)라고 한다. 조선도 형벌 중 극형의 한 종류로서 능지처참을 도입했다. 권력자들은 모반(謀反), 모대역(謨大逆)의 죄를 지은 자 등을 능지처참형에 처했다. 조선시대에 한 때 영화를 누렸던 유학자 김종직, 사관 김일손, 권오복, 권경유, 권세가 한명회 등이 능지처참돼 인생의 무상을 실감케 했다.

인간이 인간을 법을 범했다는 이유로 능지처참하는 사례는 적어도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는 없건만 특전사이전 반대데모에 나섰던 이천시 주민 중 일부가 지난 22일 대명천지에 국방부 앞에서 돼지새끼를 능지처참하여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사지가 찢겨져 죽어가던 돼지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데모의 주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불쌍한 동물을 이렇게 학살할 정도의 인간은 야만인일까, 광인일까.

그 충격이 컸기에 반작용 또한 거세다. 일단의 네티즌들은 동물학살 현장에 있었던 이천시장 조병돈씨와 이 행사에서 축사를 한 국회의원 이규택씨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이천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이 엽기적인 동영상을 유튜브 등 유명한 UCC에 올리기 바쁘고 그것을 본 네티즌들이 "한국인들은 확실히 미쳤다”, “미개한 한국인들을 잘 표현하는 장면”, “한국인들은 전부 이런 식인가?”, “이유가 어떻든 간에 이런 끔찍한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27일 오후 3시 사건현장인 국방부 청사 앞에서 ‘능지처참’ 당한 아기 돼지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는 우리를 다시 한 번 부끄럽게 했다. 천도제의 형식으로 열린 행사에서 스님은 살풀이로 비명에 숨진 돼지의 영혼을 위로했다. 시민들은 아기 돼지의 넋을 위해 분향소에서 향을 피워 올리기도 했다. 죽은 돼지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들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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