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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돼지해 ‘돼지문제’로 시끄러운 이천시

군부대 이전반대 수단 된 능지처참 돼지 퍼포먼스
도 넘어선 행동 비난 마땅 본래 현안 잊지 말기를…

 

최근에는 뱀, 악어, 개구리, 거미 등 파충류와 양서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 평범한 애완동물 보다는 희귀 애완동물을 키우는 카페와 동호인 모임도 활성화 되어 애완동물의 경계도 없어졌다.

특히 올해는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라 하여 미니어츠 피그가 유명세를 탔다. 애완용 돼지인 미니어츠 피그는 일반 돼지와 달리 귀엽고 영리한 탓에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애정을 가지고 키우면 그것이 무엇이든 애완동물이 되는 세상이다. 1991년 동물을보호법이 제정되어 동물도 함부로 대하면 처벌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22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부대이전 반대집회에서 벌어진 돼지 ‘거열형(車裂刑)’ 퍼포먼스가 동영상으로 배포되면서 발끈한 네티즌과 동물보호 관련단체의 거센 항의로 이천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능지처참 돼지, 이천돼지 등으로 검색순위 1위에 오르더니 또 지난 29일에는 이천시청을 항의 방문한 동물협회 회원들에게 일부 이천시민들이 심한 욕설을 하고 거친 몸싸움이 벌어져 이천이 다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2007년의 이천은 수난기(受難期)다. 정부의 하이닉스 증설 반대로 이천의 정치지도자들은 찬바람속에서 삭발을 했고, 서울 광화문 종합청사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외로운 1인 시위를 하였다.

카메라를 통하여 본 시민들의 이천사랑도 대단하였다. 아무런 조건없이 2백여 시민들은 단체로 삭발을 하기도 하고, 이천 발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가하며 정부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결국 실패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국방부에서는 이천을 특전사 이전 지역으로 결정, 발표하자 이천시민은 분노하였고 허탈해 하였다.

그날 국방부앞에서 평범하게 시작된 시위는 갑작스러운 돼지 퍼퍼먼스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방부로 향하던 시위대와 이를 가로 막던 경찰 사이에 마치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취재를 하던 기자는 왠지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칠후 동물협회가 이천을 항의 방문한다는 소식에 이천시청을 찾은 기자는 깜짝 놀랐다.

처음 시위를 하던 이천시민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켰다. 하지만 연속되는 시위와 정부의 무반응으로 이천 시위문화가 자극적으로 진화되었다. 평화적 시위 문화가 어느새 폭력적이며 파괴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자극적으로 진화된 문화는 항상 선정적으로 발달하며 종래에는 과격주의와 만나 폭력으로 표현된다. 계속된 시위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자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생각한 아이디어가 바로 이번 사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죄를 진 사람의 팔·다리에 끈을 묶어 사지를 찢는 거열형(車裂刑) 형벌은 과거 대역죄인에게 가했던 잔인한 형벌 중의 하나이다. 얼마나 국방부가 미웠으면, 정부시책이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죽음 앞에서 모든 생명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

사지를 찢기고 내장이 드러난 채 버려진 돼지 사체와 먹거리로 정육점에 걸려 있는 돼지 고기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이번 돼지 처형 퍼포먼스를 거행한 이천 군부대 이전반대 대책위원회는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

행사장에 있던 국회의원, 시장 그리고 이천의 오피니언그룹 모두는 깊게 반성해야 한다. 돼지 퍼퍼먼스는 국내적으로는 이천만의 망신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망신이기도 한 행동이었다.

장자(莊子)는 양왕(讓王)편에서 ‘값비싼 구슬로 하찮은 참새를 잡으려고 한다’며 수주탄작(隨株彈雀)의 누를 범치말라고 하였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잘못되면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잘못한 행동은 빨리 인정하고 정중하게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과를 하여야 한다.

한번이 안되면 두번이라도 사과를 하여 빨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돼지문제는 지금 이천의 현안이 아니다. 이천의 현안은 군부대 이전이다. 돼지문제에 발목을 잡혀 질질 끌려다니다가 본래의 현안을 잊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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