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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부부의 날’ 제정, 가사노동 공유 캠페인도…

맞벌이 부부 보편화 사회 평등·민주적 가정확산위해
서로 역할의 소중함 일깨워 가사 분담 인식 전환 하자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등 기념일 챙기기에 지출이 많아던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갔다. 그런데 내년에는 조금 더 지출이 늘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4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하여 ‘부부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새롭게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담아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지정하도록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5월 2일 대통령령으로 공포하였다.

금년에는 시기적으로 촉박하여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지나갔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홍보가 이루어 지면 아무래도 부부간 선물을 주고받는 등 지출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5월 15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승의 날’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은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가정의 날’은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건강가정을 위한 개인·가정·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건강가정기본법’에 규정된 날이다.

이렇게 어린이, 부모, 가정, 부부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도록 5월에 잔뜩 기념일들을 만들어 놓았지만, 금년 5월에도 어김없이 가정폭력, 아동학대, 부모유기 등의 사건은 끊이지 않았고 이혼하는 부부도 계속 늘고 있다. 아마 내년 ‘부부의 날’에도 아내에게 줄 장미꽃이나 선물들만이 상업적으로 난무할 것 같은, 그저 또 하나의 기념일에 그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정의 달 기념일을 챙기기보다 정말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부부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부부간의 역할분담이 형평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서로가 받아들일 때 가능할 것 같다.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가사노동을 책임지는 형태의 역할분담이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증가하면서 부부가 함께 생계책임의 역할을 나누어 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 그런 식의 역할분담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부부 모두 바깥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정내 역할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맞다고 본다. 그런데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남편들이 가정내 가사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전업주부를 아내로 둔 비맞벌이 부부 남편은 31분, 맞벌이 부부의 남편은 32분으로 1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맞벌이 부부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28분으로 남편보다 6배이상 더 길다고 한다. 맞벌이부부의 가정내 역할분담이 매우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가사노동에 참여하기를 기피(?)하는 것일까? 물론 통계상 남성들의 일하는 시간(경제활동)이 여성보다 1시간 20분정도 더 길다고 하니까 가사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맞벌이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이 남편보다 3시간이나 더 길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마도 물리적 시간부족보다는 어려서부터 가사노동은 여성들의 역할로 치부해 버리는 사고방식, 그리고 가사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하찮은 일이라고 기피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얼마 전 모 증권회사에서는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연봉 2천100만원 가량이라고 평가하였는데, 이는 그야말로 전업주부가 가정을 위해 수행하는 역할 중 대체가 가능한 일부 노동의 가치에 지나지 않으며,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은 대체가 불가능하고 가치도 감히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2천100만원은 가사노동이 제공하는 부가가치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를 달고 있다. 맞는 이야기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의 확산은 ‘부부의 날’ 제정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아내와 남편의 역할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사노동을 부부가 공유하는 것에 대한 인식전환이 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도 ‘부부의 날’에는 우선 가사노동에의 공동참여를 권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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