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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젖 뗄 때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어미가 자녀 또는 새끼를 젖을 먹여 기르는 포유류는 현재 지구 위에 4천여 종이 남아있다. 모든 포유류는 자녀 또는 새끼를 낳아 일정기간 젖을 먹여 기르다가 젖을 떼고 서서히 보통 음식을 먹이기 시작한다. 이 때를 이유기라 한다. 자식 사랑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면 자녀 또는 새끼가 다 커서도 어린이처럼 어미에게 의존하며 젖을 찾고, 어미는 자녀 또는 새끼에게 젖꼭지를 물리다가 통증을 가중시키고 양쪽에게 영양부족 상태를 초래하고 만다.

동물 중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인간 중에서 자신의 모유로 아기를 기르는 여성들은 모성애를 절제하며 자녀들 젖을 뗀다. 어떤 어머니는 가슴에 탄력 붕대를 감고 “이제 엄마 쭈쭈 없다”고 아이에게 인식시키면서 이유식을 주기 시작한다. 순진한 아이는 “쭈쭈 없네?”하고 곧 순응한다. 다른 어머니는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젖을 줄여가다가 작은 숟가락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이유식을 섞여 먹이다가 마침내 젖을 뗀다. 젖 뗄 무렵 모유가 팅팅 불어 고생했던 경험을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은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1일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면서 “이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젖을 뗄 때가 되지 않았나, 자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불쑥 꺼냈다. “민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언제까지 DJ에게 의존하는 유아기적 정치를 할 건가 하는 반성을 해 본다”며 이같이 표현한 유대변인의 번뜩이는 재치 때문일까, 아니면 이 땅에 유아적 정치인들이 많은 때문일까, 적지 않은 기자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원로 정치인이 후배 정치인들을 자상하게 지도하고 훈수하는 것은 어머니의 자식사랑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식 사랑이 지나친 어머니가 이유기를 넘긴 자식에게까지 젖꼭지를 물리고 얼러대면 자신의 유방에 부담을 줌은 물론, 자식의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젖 주기와 젖 빨기가 지나친 정치판은 미관상으로도 조금은 생뚱맞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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