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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4>

과거가 현재인듯… 시간이 잠시 멈춘 도시-카트만두로의 회항

 

*과거가 현재인 사람들- 무심한 마음은 깊숙이 녹았을 때만 가능한거야

전날 카트만두행 비행기가 뜨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 기다렸는데 다행스럽다. 페리체에서 본 롯지 주인의 친구를 만났다. 그의 집은 히말라야 산간이 아니라 카트만두라고 한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노요(NOYO SINGH)를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헤어지는데 왜 이리 아쉽던지.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나(?). 숙소에서 계란라면을 먹고 나니, 집에 온 듯 맘이 편해졌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더니…. 털모자 10개, 쉐타, 팔찌, 목걸이, 나염 한 여성상의 까지 싸다고 잔뜩 사버렸다.

 

내일은 파슈미나를 몇 개 사야겠다. 수신자 부담 전화를 했다. 간만에 우리나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독이 풀린다.

덜발광장으로 들어가는 여러 곳에는 유네스코 표석이 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우연찮게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덕지덕지 붙은 흙을 떼어 내니, 마름모꼴의 음각문양 아래에 ‘World Heritage(세계의 유산)’라고 새겨져 있다.

 

 

어이가 없어 좁은 길의 다른 쪽을 살펴보니 그곳에도 있다. 길 양쪽에 유네스코 표석을 세워둔 것인데, 더러워져 있어 지나다니며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를 잔뜩 쌓아뒀으니 알 수가 없었다.

 

외국인의 눈에 의아한 것이 네팔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세계의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들은 그곳에서 살면서 장사도 하고 있다.

 

우리와는 달리 전통문화가 생활 깊숙이 녹아 있어 과거와 현재가 별로 구분되지도 않는다. 우리처럼 민속촌에 가서 초가집이나 물레방아를 구경하는 것과는 다르다.

 

 

빈민굴 같은 좁은 골목을 다니면서도 놀라운 솜씨로 새긴 나무창틀을 볼 수도 있고, 마당 한가운데 놓인 범상치 않은 불상을 만나기도 한다. 역사가 일상공간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깟 표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조기유학에도 틈새시장이 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피난처를 만든다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숙소에서 쉬며 우리나라 음식을 먹거나 선물을 사러 돌아 다녔다. OO 엄마와 한가롭게 네팔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초등학생인 OO이와 엄마는 유학을 왔다, 아빠만 한국에 남겨둔 채. 필리핀으로 영어연수를 가고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렐리아 유학은 들어 봤지만 여기 오기 전까지 이런 곳, 후진국으로 유학 온다는 이야기는 몰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

 

 

네팔의 서민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고 왕립학교에 비용 많이 들이지 않고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라서 자연스레 네팔어와 영어에 익숙해진다.

 

현지인의 언어인 네팔어가 익숙해지고 영어도 자연스러워지면 국제학교로 옮겨서 교육을 시키는데, 제3세계에는 미국계, 영국계 등의 국제학교가 들어와 있어 자국과 동일하게 교육을 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면 미국 영국으로 유학하는데 특전이 주어진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는 OO이 말고도 몇 명이 더 유학 와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놀러 온 것을 본 일이 있었는데, 같은 이유로 유학 온 학생이다.

 

왕립 초등학교나 영미계의 국제학교는 어린아이에 대한 보호도 철저해서 등하교 때 데리고 나오는 사람과 데려가는 사람의 명단이 미리 등록되어 있고, 동일한 사람이 데리러 오지 않으면 아이를 스쿨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학교로 도로 데려간다고 한다.

 

학교의 운동회나 기념일에는 왕이나 왕자가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접하는 아이들이 네팔의 상류사회 아이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아이도 꽤 있어 친구도 국제적으로 형성된다. 남편만 남기고 아이와 엄마가 외국생활 하는 것이 내 눈에 슬프지만, 아이에게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힘들게 우리나라의 경쟁교육에 내몰리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도 생활한다. 주거비용도 높지 않으면서 윤택하게 생활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적응이 항상 문제다.

얼마 전 우연히 소개 받은 분도 기러기 아빠였다. 그는 나이가 오십이 넘은 기업체 중견 간부인데 부인과 아이가 외국에 있다고 했다. 혼자 가까운 오피스텔에 산다고 하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처량하다. 돈 버는 기계가 된 그에게 지금의 생활을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던질 수 있을까.

우리의 교육문제나 팍팍한 삶이 지구촌 곳곳에 피난처를 만드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누군가에게 자유로운 삶, 보다 나은 삶을 선사하는 것이라 믿고 힘든 걸 참아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쓸쓸하다.

 

부모가 회피하고 싶어 하는 삶을 대리하기 위해 낯선 곳에서 자라는 아이는 부모가 살아 온 방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초원으로 떠나는 여행 ‘치트완’

카트만두 밸리에서 남서쪽으로 1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치트완은 열대 우림과 사파리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은 지나친 삼림남벌로 인해 황폐해지고 동물들도 많이 감소하였다가 1973년 네팔정부의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해 보호받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벵갈 호랑이와 코뿔소, 악어, 그리고 악어새와 물새 등의 조류, 초식동물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사실 정글이라고 하기에는 초원에 가까운 곳이지만, 느긋이 코끼리 등에 올라타서 여러 가지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사파리는 치트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흥이다.

물론 사파리 이외에도 치트완에서는 카누 타기와 정글워크(jungle-walk)등을 할 수 있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타루 족이라는 토착민들의 춤과 노래 등의 문화적인 여흥도 즐길 수 있다.

 

카트만두에서 치트완까지는 매일 비행기 편이 있으며 도로가 잘 닦여 있어 버스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자 버스와 로컬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포카라에서도 쉽게 올 수 있고 룸비니와도 가까운 편이다.

■ 자료도움: 네팔짱 www.nepal-j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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