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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거취란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사람이 밝히는 태도를 가리킨다. 사람이 거취를 표명하기란 쉽고도 어렵다. 그것이 쉽다는 근거는 가진 것을 버리려고 결심만 하면 되기 때문이요, 그것이 어렵다는 근거는 가진 것을 버리는 행동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소유욕이란 삶의 근거요 희망이다”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소유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강한 측면이 있다.

법정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라는 저서에서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죽는 순간 가지고 가는 것은 정신 또는 넋일 뿐 물질은 아니다. 망자는 정신 또는 넋은 무게가 없으니 얼마나 가벼운 걸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인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경찰청 차장 이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물러난 상황에서 이택순 경찰청장의 거취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경찰들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을 속속 쓰고, 일부 경찰 간부는 그런 글들을 지우느라 바쁘다. 그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경찰 내부의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조사한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응답자의 55.1%가 경찰청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가운데 청와대만 이택순 경찰청장을 감싸고 있다.

어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 버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생기는 일시적 이득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오랫동안 붙어 다니는 손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의 내부에서까지 불신 받는 장은 살아 있지만 그 불명예가 죽은 사람과 크게 무엇이 다를까. 어떤 권력도 “죽은 자식 XX 만지기”를 할 수는 있어도 죽은 자식을 되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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